민경숙 TNMS 대표 min.gs@tnms.tv
[한경에세이] 역주행

앞으로 가지 않고 뒤로 가는 것이 역주행이다. 도로에서 차가 역주행하면 큰 사고가 나듯이 우리 인생도 앞으로 가지 않고 뒤로 역주행하면 큰 사고가 발생한다. 우울증, 허무함, 알코올 중독, 극단적 선택 같은 것이 그런 사고들이다.

지나온 과거를 잊지 못하고 과거에 얽매여 산다면 역주행하는 것이다. 실패든 성공이든 과거는 과거다. 시간은 앞으로 가지 뒤로 가지 않는다. 그러므로 우리도 앞으로 가야 한다. 과거의 실패에 매몰돼 헤어나오지 못한다면, 또는 과거의 성공에 몰입해 헤어나오지 못한다면 나는 지금 역주행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 매여 현재 인생을 살지 못하면 그것이 역주행이다.

지나고 보니 내 인생은 나이마다 크게 단락이 나뉘어 있었던 것 같다. 20대, 30대, 40대, 50대, 60대에 서로 다른 내가 있다. 그 각각의 단락은 서로 연결돼 있기도 하지만 독립적이기도 하다.

20대의 내가 오늘의 나를 만들었지만 또 어떻게 보면 20대의 나와 지금의 나는 완전히 다른 독립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모습도, 사는 환경도, 사고도 다르다. 과거 어떤 시기에 내가 어떤 삶을 살았다고 할지라도 내가 지금 가장 주목해야 하는 것은 과거의 내가 아니라 현재의 나다.

과거에 내가 잘했다고 해서 오늘도 잘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고, 과거에 내가 잘하지 못했다고 해서 오늘도 잘못할 수밖에 없는 것도 아니다. 마치 운동선수가 어제 올림픽 금메달을 땄다고 해서 오늘도 금메달을 딴다는 보장이 없는 것과 같다.

내가 과거에 꿈꾸던 미래가 오늘 나의 현재가 아니라고 할지라도 한숨과 한탄만으로 시간을 흘러가게 해서는 안 된다. 이것은 마치 도로를 역주행하는 자동차만큼 위험한 것이다. 과거의 내가 지금의 내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지금의 문제는 현재의 내가 해결해야 하는 것이고 과거의 내가 아니라 현재의 나만이 해결할 수 있다.

모든 사람의 인생 마지막 골인 지점은 앞에 있지 뒤에 있지 않다. 누구도 인생 모든 마디마다 성공할 수는 없다. 굴곡이 있는 것이다. 과거에 내가 꿈꾸던 미래보다 현재의 내가 초라해 보인다고 하더라도 그러면 어떠하랴.

나만이 겪는 문제가 아니다. 달리는 자동차도 있고 휴게소에서 쉬었다가 가는 자동차도 있다. 자동차가 휴게소에서 쉬었다고 해서 역주행한 것은 아니다. 나도 자동차처럼 그렇게 인생 휴게소에서 쉬기도 하지만 앞으로 가면 잘하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가 쉬어서 사고가 나는 것이 아니라 역주행해서 사고가 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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