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관념과 싸워야 하는 여성정책
예산·인력 부족이란 한계도 극복해야

신경아 <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
[biz칼럼] 성년 된 여성가족부…제 역할 하도록 응원을

지난달 29일은 여성가족부가 출범한 지 20년이 된 날이다. 특정 정부 부처를 두고 몇 주년을 기억하는 것 자체가 평범한 일은 아니지만, 여성가족부는 여러 보도와 논평으로 언급되고 있다. 일개 정부 부처에 대해 세간의 관심이 쏟아지는 이유는 뭘까?

여성가족부는 다른 부처와는 다른 태생적 배경을 가진다. 정부 수립 후 정치·행정적 필요에 의해 설립된 다른 부처와는 달리, 여가부는 여성운동을 실천한 사회운동세력과 정치인, 행정부의 광범위한 협력체계 속에서 탄생했다. 멀리는 일제 식민지 시대 근우회를 중심으로 한 여성운동부터, 가까이는 1987년 민주화운동의 핵심 세력인 민주여성운동의 산물이자, 정치적으로 진보는 물론 보수 정치의 협력을 기반으로 탄생했다. 여가부는 2001년 김대중 정부에서 출범했지만, 그보다 훨씬 이전인 1988년 노태우 정부 정무 제2장관실이 시원(始原)이라는 기록이 이를 뒷받침한다.

여성가족정책의 기획과 집행, 평가는 관료나 전문가에 의해서만 이뤄지지 않는다. 소위 ‘여성주의 정책 공동체’라고 할 수 있는 여성정책 전문가와 관료, 여성운동 리더들의 네트워크가 있고, 이들이 모여 젠더 거버넌스(성평등을 위한 협치)를 형성해 왔다. 이런 젠더 거버넌스와 정책 공동체는 일반 여성 시민들의 지지에서 힘을 얻는다. 필자는 이를 ‘여성주의 정책 공동체의 생태계’라고 부른다.

최근 이 생태계에 주목할 만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강남역부터 혜화동까지 청년세대 여성들의 등장이다. 이들은 광화문에 모였던 민주여성운동 세대에 비해 훨씬 분명한 자의식과 강력한 지적 역량을 갖추고,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넘나들며 자신들의 요구를 제시한다. 그 덕에 소소한 여가부 업무들이 종종 여론의 타깃이 된다.

그중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대부분 불편하고 부정적인 것들이다. 아동을 학대한 아이돌보미나 청소년 게임중독 방지를 위한 셧다운제 같은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로 문을 닫은 어린이집과 학교를 대신해 개별 가정 안으로 들어가 아이들을 돌봤던 2만5000여 명의 아이돌보미 파견사업 성과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한다. 사이버 성폭력 대응체계를 만들고 인력을 투입할 예산을 한 푼이라도 더 얻기 위해 기획재정부와 국회를 부지런히 찾아다니던 노력은 ‘쥐꼬리만 한 예산’이란 제목으로 기사화된다. 여성과 남성들이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가족친화인증기업제를 운영하지만 아직 대다수 기업은 제도권 밖에 머물러 있다.

여성가족정책의 어려움은 두 가지 수준으로 구분해 살펴봐야 한다. 첫째는 사회 전반의 오래된 성차별적 고정관념과 관습을 해체해 가면서 국민들에게 정책의 정당성을 설득해야 한다는 점이다. 일부 국민은 정책 자체도 낯설어하는데, 정책의 수용을 요청하고 효과까지 거둬야 한다. 둘째는 정부 조직체계에서 여가부가 갖는 위상이다. 여성가족정책의 다수는 특정 부서의 업무에 국한되지 않는다. 고용과 교육, 보건의료, 복지 등 국가 정책 전반에 걸쳐 성별 격차를 줄이고 성평등 수준을 높여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여가부가 성인지적 관점으로 다른 부처를 견인해야 하지만, 현실에선 여가부의 인력이나 예산이 이에 미치지 못한다. 마치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과 같다고 느낀다. 다윗이 골리앗을 이겼듯 여가부도 자신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까? 새 장관의 청문회를 지켜본 많은 이들이 보낸 응원과 지지가 새삼스레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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