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개미들, 공매도 세력에 일단 '승'
물량 쏠림으로 뛴 주가는 거품
짜릿함은 소액의 '게임 머니'로만

박성완 편집국 부국장
[이슈 프리즘] 게임스톱 같은 '머니 게임'에 끌린다면

지난주 미국 증시에선 한 편의 영화 같은 일이 일어났다. 아마추어 개미군단이 공매도에 나선 헤지펀드 두 곳을 항복시켰다. 올 들어서만 주가가 1600% 넘게 급등한 게임스톱의 개인 주주들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스토리는 간단하다. 게임 소매업을 하는 이 기업 주가가 너무 높다고 판단한 헤지펀드는 공매도를 동원해 주가하락에 베팅했다. 이에 맞서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주식토론방 ‘월스트리트베츠’에서 뭉친 개미들은 주식을 집중 매수했다. 주가가 급등하자 공매도에 나섰던 헤지펀드 멜빈캐피털은 파산위기에 몰렸고, 시트론리서치는 공매도 리서치 중단을 선언했다.

개미들이 공매도 세력을 곤경에 빠뜨린 게 처음은 아니다. 닷컴 버블 때도 있었다. 1998년 미국에서 TV로 생활용품 등을 팔던 케이텔이란 회사가 인터넷 판매 계획을 발표했다. 닷컴 마니아들이 달려들었다. 주가는 오르기 시작했고, 기관투자가들은 공매도를 했다. 하지만 닷컴 거품이 피어나던 시기, 주가는 계속 올랐다. 큰 손실을 입은 공매도 투자자는 서둘러 더 비싼 값에 주식을 사서 갚아야 했다. 그 바람에 주가가 더 뛰는 쇼트스퀴즈가 일어나 주당 3.35달러였던 주가는 한 달 새 35달러로 치솟았다. 당시 개미들은 야후 게시판을 통해 뭉쳤다.

게임스톱은 그때와 비교해 한 가지 큰 차이점이 있다. 이번 개미들은 공매도 세력을 혼내자는 ‘목표’를 공유하고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주식을 팔지 말라고 독려하고, 뉴욕 한복판 타임스스퀘어엔 게임스톱 매수를 촉구하는 대형 광고도 내걸었다. 월스트리트베츠엔 공매도 세력과 월가 엘리트들을 비난하고 조롱하는 사진이나 영상도 올렸다. 금융위기 이후 일어났던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의 완성본이란 평가도 나온다.

게임스톱 투자자들 가운데 월가에 대한 분노 때문에 이 주식을 산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대박’에 대한 욕망이 우선이었다. 무작정 달리는 말에 올라탄 사람도 있고, 헤지펀드의 환매수로 주가가 폭등할 것을 예견한 투자자들도 있었을 것이다. 어떻든 SNS에서 뭉친 이들은 공매도 헤지펀드라는 ‘적’을 타깃으로, ‘전투 게임’하듯 주식을 사들였다.

전투는 진행 중이다.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 세력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1차전 승리를 통해 한 가지는 확실히 보여줬다. 개인투자자들이 집단으로서 힘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깨달은 개미들이 앞으로 어떻게 행동할지 다른 시장참여자들도 신경쓰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동학개미들이 주가 3000 시대를 연 한국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조짐이다. 개미들은 거래비중이 높아도 파편적이라 거래규모가 큰 외국인이나 기관들에 휘둘려왔다. 하지만 새롭게 증시에 진입하는 젊은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SNS 등을 통해 더 많은 정보와 ‘목표’까지 공유하며 함께 움직일 가능성이 커졌다.

개미군단의 힘이 아무리 세져도, 달라지지 않는 것이 있다. 이익이나 미래 성장성으로 설명되지 않는 주가는 반드시 제자리를 찾아간다는 것이다. 쏠림은 되돌림이 있게 마련이다. 위에서 언급한 케이텔도 공매도 투자자들의 환매수가 끝나고, 매수세가 사라지자 주가는 급락했다. 게임스톱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번 전투엔 한국의 서학개미들도 참전했다. 단기간 돈을 벌고 차익실현한 사람도 꽤 있어 보인다. 개별 건으로 돈을 벌고 못 벌고를 떠나 기업 내용과 상관없는 기세 싸움으로 주가를 끌어올리는 전투는 정상적인 투자가 아니다. 이익과 성장성 등을 감안해 꾸준히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에 장기투자하는 게 정석이다. 그래도 단타의 짜릿함과 수백% 수익률 유혹에 손가락이 근질근질하다면? 고스란히 사라져도 삶에 아무런 영향이 없을 정도, 전체 투자액의 5~10%쯤 ‘게임 머니’로 분리해 즐기는 것은 어떨까.

psw@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