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내린다더니 최고가 나와
공급 지연 등 부작용만 키워

신연수 건설부동산부 기자 sys@hankyung.com
[취재수첩] '분양가 상한제'에 속은 청약대기자들

“분양가 상한제(분상제)를 적용하면 분양가가 10% 저렴해진다고 했던 정부 말은 ‘대국민 사기’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최근 ‘무너져가는 무주택자, 분상제 ‘대국민 사기’’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HUG(주택도시보증공사) 고분양가 규제보다 훨씬 비싼 분상제는 무주택자를 난도질한다”며 “공시지가 상승에 따라 분양가도 오르는 것을 정부가 예상하지 못했다면 무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는 2019년 11월 민간택지 분상제를 적용하는 지역의 분양가는 HUG 고분양가 관리지역에서 책정하는 것보다 5~10% 낮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분상제를 적용받고도 사상 최고 분양가를 기록한 아파트가 나왔다.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신반포3차·경남 재건축)는 3.3㎡당 분양가가 5668만원으로 결정됐다. HUG의 승인을 받은 기존 3.3㎡당 4891만원보다 16%가량 높다. 공시가격 현실화로 땅값이 크게 뛰고 특별건축구역 지정으로 표준건축비까지 인상된 게 분양가에 그대로 반영됐다.

예비 청약자들이 학수고대하는 강동구 ‘둔촌주공’도 분양가가 기존보다 수억원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둔촌주공은 일반분양 물량이 4786가구에 달해 당첨 확률이 비교적 높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강남권 입성의 마지막 기회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둔촌주공 분양가도 HUG 승인 분양가인 3.3㎡당 2978만원을 크게 웃도는 3000만원 중후반대를 넘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분양가가 3000만원 중후반까지 오르면 웬만한 현금 부자가 아니고선 청약을 넘보기 어렵다. 일반적인 3~4인 가구의 선호도가 높은 전용 59㎡ 분양가가 9억원을 넘겨 중도금 대출이 막히기 때문이다.

다음달 19일 이후 분상제를 적용받아 분양하는 단지는 실거주 의무까지 부과되기 때문에 전세금을 받아 잔금을 치르기도 어렵다. 정부 말을 믿고 전세살이하며 청약만 기다리던 무주택자들이 ‘끈 떨어진 연’ 신세가 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주거 취약계층을 위한 특별공급 물량도 줄어든다. 투기과열지구에선 분양가 9억원이 넘는 주택은 신혼부부, 다자녀, 기관추천, 노부모 부양 등 특별공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남는 물량은 전용 29·39·49㎡다. 요즘 신혼부부 특공 당첨권에 들려면 자녀 2명 이상은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넓다고 보기 어려운 평수다.

2028년까지 표준지 공시지가 시세 반영률이 90%까지 높아지는 것을 감안하면 ‘로또 청약’은 갈수록 현금부자들의 잔치가 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정부가 야심차게 도입한 분상제는 재건축 아파트 공급 일정을 늦추기만 하고 무주택자들에게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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