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입 정시모집에서 전남대 경쟁률이 3 대 1에 못 미쳤다. 정시는 총 세 곳에 지원할 수 있어 중복 합격자가 다수 발생하는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정원에 미달했다는 평가다. 경북대 부산대 등 주요 거점 국립대들도 가까스로 ‘미달’을 면했을 뿐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는 말이 돌던 지방대들이 옥석을 가릴 새도 없이 공도동망(共倒同亡)의 처지로 몰린 것이다.

1996년 ‘대학설립 준칙주의’ 도입 이후 난립했던 신생 지방대뿐 아니라 오랜 역사와 탄탄한 지역 기반을 자랑하는 주요 거점 국립대까지 신입생 모집에 차질을 빚게 된 데는 △학령인구 감소 △수도권 집중 심화 △시대 변화에 뒤처진 커리큘럼 등 다양한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설상가상 지방대의 미래 전망도 암울하기만 하다. ‘예고된 미래’였던 학령인구 감소가 더 급격하게 진행될 것이기 때문이다. 2017년(35만7700명) 40만 명 선이 무너졌던 연간 출생자 수는 지난해(27만5815명)엔 30만 명 선까지 뚫렸다. 20년 뒤면 현재 대학·전문대 총정원(55만5000명)의 절반도 채우기 힘든 구조다. 학생 수 감소는 대학 재정 악화로 직결돼 투자 위축, 교육 품질 악화, 입학 기피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지방자치단체들이 기업과 인재 유치에 애쓰지만 갈수록 수도권으로 몰리는 흐름을 뒤집기엔 역부족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부실 대학에 재정 지원을 제한하는 시늉만 하는 식의 ‘단기 땜질’ 대책만 반복해왔다. ‘대학 기본역량진단’에 따라 진행한 정원 감축도 옥석 구분 없이 대학들에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형태였다. 정부가 부실 대학 퇴출을 사실상 막아 ‘좀비 대학’을 양산해온 꼴이다. 그 결과 지방거점 국립대까지 수요자의 외면을 받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지방대의 위기는 더 이상 방치하고 있을 수 없다. 더 늦기 전에 부실 대학의 정원 감축 규모를 적극 확대하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의 지원에서 탈피해 구조조정을 촉진해야 할 때다. 대학시설을 사회복지시설이나 산학협력 연구시설 등으로 탈바꿈시키는 등 ‘퇴로’를 열어주고, 혁신 경쟁력을 갖춘 지방대학에 대해서는 집중 지원해 줄 필요가 있다. 이것이 지역 균형발전을 도모하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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