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균 국제부장
[데스크 칼럼] 병 주고 약 주는 중국

지난달부터 미국과 영국 등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가운데 중국도 새해 첫날 자국 제약회사 시노팜에서 개발한 백신 접종에 들어갔다. 베이징과 상하이, 선전 등 주요 도시에서 의료진을 비롯해 검역 종사자, 냉동식품 취급자, 교통운수업 종사자 등 중점 대상자를 중심으로 접종이 개시됐다.

중국 전역의 접종 장소는 2만5000여 곳에 달한다. 중국 방역당국은 이미 900만 회의 백신 투여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번 접종은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설)가 시작되는 2월 중순께 마무리될 예정이다. 중국 정부는 모든 국민에게 백신을 무료 접종할 방침이다.
공격적인 백신 외교에 나선 中
중국에선 14개의 백신 후보 물질에 대한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이 중 4개 제약사의 5개 후보 물질은 최종 단계인 임상 3상시험에 들어갔다. 이를 바탕으로 최근 중국은 본격적인 ‘백신 외교전’에 나섰다. ‘백신 선(先)제공, 후(後)결제’ 약속까지 내걸며 공격적으로 백신 세일즈 외교를 펼치고 있다.

중국이 백신 협정을 맺은 국가는 100여 개국으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모로코, 브라질, 멕시코 등 주로 개발도상국이나 저개발국과 협정을 체결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공을 들이고 있는 아프리카 대부분의 국가엔 백신 우선 공급을 공언했다.

중국의 백신 외교는 코로나19 진원지라는 오명을 벗는 한편 경제적 문제로 백신 확보 경쟁에서 선진국에 밀린 저개발국을 적극 공략해 국제무대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스티븐 모리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글로벌 보건정책센터 책임자는 “중국의 백신 전략은 매우 용의주도하다”며 “중국 정부의 전략적 목표는 향후 10년 내에 ‘바이오 경제’에서 패권적 영향력을 달성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이 백신 외교전의 타깃으로 하는 국가의 대부분은 시 주석이 야심 차게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에 참여하는 국가이기도 하다. 일대일로는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와 아프리카, 유럽 등을 육상과 해상으로 연결해 거대한 경제벨트를 구축하는 게 핵심이다. 중국은 이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어 참여국에 도로와 철도,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을 지원하고 있다. 세계 80여 개국에서 일대일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일대일로'와 같은 후유증 우려
전문가들은 공교롭게도 중국의 백신 외교전에서도 일대일로 사업이 야기하고 있는 후유증이 우려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무엇보다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일대일로는 사업 구조가 불투명해 참여국엔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많다. 중국 국유은행 자금으로 중국 국유기업이 수주받아 중국 자재와 노동력을 이용해 SOC를 건설한 뒤 공사 대금만 해당 국가에 떠넘기는 형식으로 이뤄져 참여국은 거액의 빚만 떠안게 된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시노팜의 백신 효능이 79.34%에 이르며 2회분을 접종받은 사람들의 99.52%에서 바이러스 항체가 형성됐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임상시험 참가자의 표본 숫자 등 중요한 정보들은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부작용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페루에선 시노팜 백신을 맞은 임상시험 참가자가 다리가 마비돼 시험이 중단되는 사태도 벌어졌다. 중국은 백신 구입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국가에 대규모 자금까지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이 과정에서 참여국은 또 다른 ‘부채의 덫’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백신 외교전에 세계가 또다시 불안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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