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코로나發 교육 격차
지난달 있었던 서울시내 38개 사립초등학교의 2021학년도 입학 추첨은 유치원생뿐 아니라 초·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사이에서도 큰 화제였다. 사립초등학교는 연 1000만원을 넘는 비싼 학비와 공립에 비해 긴 등·하교 시간 탓에 예년의 경우 평균 경쟁률이 2 대 1 안팎에 머무는 게 보통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경쟁률이 6.8 대 1에 달할 정도로 입학 열기가 뜨거웠다. 추첨이 비(非)대면으로 이뤄져 중복지원·당첨이 허용된 것도 이유였겠지만, 보다 본질적으로는 “작년 한 해 공·사립 초등학교 간 학력격차를 눈으로 확인한 학부모들이 부담을 무릅쓰고 사립을 선택한 것”이란 게 중론이다.

교사들도 코로나발(發) 학력 격차 확대에 공감하고 있다. 서울교육청이 지난달 공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서울시내 교사 1311명의 84%가 “코로나 사태로 격차가 커졌다”고 응답했다. 우리나라에 국한된 일도 아니다. 최근 미국경제학회에서 있었던 라지 체티 하버드대 교수의 발표는 초등학생 대상 온라인 교육 플랫폼 분석 결과 작년 여름방학 후 미국 내 저소득층의 수학 학습량이 위기 전에 비해 19.9% 감소한 반면 고소득층은 1.8% 줄어드는 데 그쳤다는 결과를 보여줬다. 코로나 창궐 초기 전문가들이 우려했던 교육 불평등 확대가 세계적으로 본격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급기야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그제 기자회견에서 “성적 양극화 해소를 위해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나섰다. 문제는 ‘어떻게’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입법한 교육부 장관 직속 ‘기초학력보장위원회’에서 5년마다 기초학력보장 종합계획을 수립하도록 하는 법안에 대해 전교조가 폐기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안의 근간이 된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 통계가 과학적이지 않다”는 게 이유다. 노조 앞에서 작아지는 정부·여당이기에 법안이 통과될지 의문이다.

팬데믹이 극심한 미국 뉴욕시가 지난달 전격적으로 대면수업을 재개한 것은 12월 한 달간 학교 내 확진율이 0.68%에 불과했던 점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미래세대에게 교육 불평등이라는 짐을 지울 수 없다’는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스페인독감이 창궐했던 1919년 태어난 세대의 교육 및 임금수준이 다른 세대에 비해 훨씬 낮았던 역사적 선례도 있다. 그런데도 과연 ‘평등교육’이란 미명 아래 교육을 이대로 방치해도 될까. ‘교육 사다리’가 무너졌다면서 개선 노력은 기울이지 않는 것은 미필적 고의나 다름없다.

송종현 논설위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