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농특세를 왜 동학개미들이 내야 하나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어야 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식에 대한 과세 논의가 나올 때마다 내세운 원칙이다. 일반적으로 맞는 말이다. 정부는 2023년부터 주식매매 차익이 5000만원을 넘으면 20~25%의 양도소득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동시에 이중과세라는 비판을 받아들여 2023년까지 유가증권시장 증권거래세를 0%까지 낮추기로 했다.

하지만 세제개편안을 뜯어보면 거래세 0%가 말장난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작년에 논의조차 되지 않은 농어촌특별세는 그대로 살아있기 때문이다. 2023년부터 유가증권시장에서 증권거래세는 폐지되지만 0.15%의 농특세가 유지된다. 정부는 주식을 거래할 때 붙는 세금(거래세+농특세)의 절반도 인하하지 않고, 양도세만 올리는 셈이다. 농특세가 면제되는 코스닥시장은 2023년 이후에도 거래세를 0.15%로 유지하기로 했다.

정부에 농특세는 짭짤한 수입이다. 2019년 총 2조7598억원의 농특세가 걷혔다. 이 중 1조6349억원이 주식시장에서 나왔다. 2020년에는 더 걷힌 것으로 보인다. 작년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이 2644조원으로 전년(1227조원)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기 때문이다. 단순 계산으로 3조원 이상의 농특세가 주식시장에서 징수될 전망이다.

하지만 엉뚱한 곳에서 세금을 걷는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농어촌특별세는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 가입을 계기로 도입됐다. 농업 개방으로 피해가 예상되는 농어촌 지원금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이다. 애초 2004년까지 10년의 한시법 형태로 시행됐으나, 10년이 지난 일몰 때마다 연장하고 있다. 현재로선 2024년 6월까지 유효하다. 하지만 폐지될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농특세는 증권거래액(0.15%), 취득세액(10%), 레저세액(20%), 종합부동산세액(20%) 등에 부과된다. 1994년 도입할 때는 사치세나 부유세 성격이 있었다. 이때만 해도 주식을 하는 국민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농어민을 돕기 위해 부자들에게 특별세를 걷어도 된다는 논리가 통했다. 하지만 주식은 이제 서민들의 필수 재테크 수단이 됐다. 떠나버린 ‘부동산 열차’와 타고나지 않은 부를 따라잡으려면 다른 방법이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농특세를 고집하고 있다. 원천징수하는 세금으로 조세 반발이 적고, 걷는지조차 모르는 투자자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개미들에게 농특세는 손실이 나도 내야 하는 세금이다. 농어촌을 돕는다는 명목으로 언제까지 개미들의 주머니를 털고 있을 작정일까. 정부는 그러고도 ‘공평과세’를 외칠 자격이 있을까. 시대변화와 과세원칙에 맞춰 농특세도 손봐야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