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코로나 잡는 '햇빛 비타민'
스페인의 코로나19 환자 216명을 조사했더니 82%가 비타민D 결핍 상태였다. 비타민D 수치가 낮은 환자는 면역단백질인 사이토카인이 과도하게 분비돼 염증이 더 심했다. 입원 기간도 길었다. 얼마 전 미국 내분비학회가 발행한 국제학술지 ‘임상 내분비학 및 대사 저널’에 실린 내용이다.

미국 보스턴대의 마이클 홀릭 교수도 지난 9월 비타민D가 결핍된 사람은 코로나 감염 위험이 50% 이상 높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비타민D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그는 인체 내 중간활성형 비타민D와 활성형 비타민D를 모두 발견한 학자다. 《건강 솔루션 비타민D》의 저자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햇빛 속의 자외선(UV B)이 강할 때 코로나 환자가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하버드대 조너선 프록터 교수팀이 173개국 3200여 곳을 조사한 결과 북반구에서 자외선이 강해지는 1~6월의 환자 증가세가 7.4% 낮아진 반면 자외선이 약해지는 7~12월에는 7.8% 높아졌다. 계절이 정반대인 남반구에서는 이런 현상이 거꾸로 나타났다.

비타민D는 햇볕을 쬐어야만 체내에서 합성된다. 그래서 ‘햇빛 비타민’이라고 불린다. 비타민D는 바이러스 등의 외부 위험인자를 무찌르는 T세포와 항체를 생산하는 B세포 생성을 돕는다. 또 뼈를 만드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혈압이나 호르몬 생성에도 관여하는 필수 영양소다.

각국 의사·과학자 110여 명이 코로나 극복을 위해 비타민D 섭취량을 늘리도록 권장하는 공개서한을 엊그제 발표한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93%는 비타민D 결핍을 겪고 있다. 이로 인해 골다공증, 불면증, 면역력 저하, 만성피로 등에 시달리기도 한다.

비타민D는 지용성이어서 고지방 식품과 함께 먹을 때 가장 잘 흡수된다. 비타민D를 섭취할 땐 연어, 고등어, 청어 같은 기름진 생선이나 계란 노른자, 버섯류와 함께 먹는 게 좋다. 아보카도와 각종 견과류, 유제품, 계란도 비타민D 흡수를 촉진하는 식품이다.

요즘은 추운 날씨에다 코로나 재확산까지 겹쳐 야외에 있는 시간이 더 줄어들었다. 햇빛과 비타민D가 모두 부족한 시기다. 비타민D는 우리 몸의 긍정 호르몬인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시켜 우울한 마음까지 산뜻하게 바꿔준다고 한다. 신체 면역뿐 아니라 정신건강에도 좋은 ‘햇빛 비타민’을 찾아 햇살 맑은 날엔 밖으로 나가 주변 공원이라도 걸어보자.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