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산업별 희비 엇갈리는 英 코로나 록다운
영국민의 80%를 차지하는 잉글랜드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하루 평균 2만5000명을 웃돌아 결국 지난 5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4주간 2차 록다운(사회격리)에 들어갔다. 열흘이 지난 15일에도 여전히 2만5329명의 확진자가 나왔고, 전체 누적 사망자도 5만 명을 넘어섰다. 보리스 존슨 총리도 7개월 전에 감염돼 중태에 빠졌다가 완치됐는데, 최근 다시 확진자와 접촉해 2주간의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1, 2차 록다운을 통해 펍, 바, 식당 등은 문을 닫았고 심각한 경제침체 속에 시민들 삶의 패턴도 변했다. 특히 영국의 웨딩산업은 1년에 100억파운드(약 15조원) 규모이고, 개인은 평균 3만6000파운드(약 5500만원)를 쓰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올해는 예식의 32%가 취소되는 등 48억파운드(약 7조2000억원)의 손실이 예상되고 있다(야후 파이낸스). 한 웨딩 기획자는 올해 65개 웨딩행사를 기획했는데 다 취소되고 하나만 남은 상태다. 한 번의 웨딩에 3000파운드(약 450만원)를 벌고 1주일에 3~4회는 예식을 진행해야 유지할 수 있는데, 이제는 희망을 버렸단다(BBC뉴스).

사양산업으로 치부되던 골프장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한국은 541개의 골프 코스가 있는데, 영국에는 다섯 배나 많은 2667개(2017년 기준)가 있고 독일 731개, 프랑스 607개, 스페인엔 345개가 있다(Statistics and Facts, 2019). 코로나19로 인해 영국인의 골프 참여와 회원 수가 1차 록다운 이후 단순 증가치를 훨씬 웃도는 경향을 보였다(골프 비즈니스, 2020. 10). 영국 내 골프 리조트에 대한 휴가 예약은 지난 6~9월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골프 예약률도 전년보다 119% 이상 증가했다. 전에는 주로 65세 이상 세대가 골프를 쳤지만 1차 록다운이 풀린 6월 이후는 직접 돈을 내고 플레이하는 연령이 24~34세로 낮아졌고, 18~24세 연령대도 6월 15%를 점유했다. 또 영국 골퍼들은 장비 구입에 지난 7월 약 630억원을 써 지난해 월 최고 기록인 517억원을 넘었다(골프 데이터테크, 2020. 8). 코로나19가 골프산업엔 절호의 기회가 된 셈이다.

다행히 미국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전령-리보핵산(m-RNA)으로 항체와 T세포를 만들어 코로나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최고 95% 성공률의 백신을 개발했다고 지난 18일 발표했고, 영국 정부는 4000만 도즈를 선주문했다. 지난주 미국 모더나도 성공률 94.5%의 m-RNA 기반 백신을 발표했다. 화이자와 달리 영하 20도에서의 저장 안정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정부는 500만 도즈를 긴급 계약했다. 얀센은 유전자 조작을 통해 감기 바이러스를 무독성으로 만들어 면역성을 높임으로써 코로나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백신을 개발 중이며, 영국은 3000만 도즈를 확보했다. 침팬지 감기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조작해 인체에 무해한 유사 코로나바이러스를 만들어 면역력을 얻는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의 백신도 1억 도즈를 선점했다.

한국과 달리 하루 2만50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하는 영국은 백신 확보에 필사적으로 나서 1억7500만 도즈를 확보했다. 안정성, 면역지속성, 양산성, 가격, 운송·저장 방법에 따른 차별화된 관리 전략과 6800만 영국 국민에 대한 배분 정책, 장기적 백신의 돌연변이 발생 가능성을 염두에 둔 전략 등을 예의주시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