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최근 행보를 보면 선거를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다 거는 모양새로 비친다. 서울·부산시장의 성추행 사태로 치르는 보궐선거에 당헌을 고쳐 후보를 내겠다고 하더니, 급기야는 이미 4년간 추진돼온 김해신공항을 부산 득표에 유리한 가덕도신공항으로 급선회시키고 있어서다. 공당(公黨)의 도리와 원칙, 책임은 선거만 다가오면 거추장스럽고 무거운 겨울코트마냥 벗어던지고 싶어지나 보다.

프랑스 국제전문가그룹 조사에서 최저점을 받은 가덕도신공항 안은 이미 ‘노무현 공항’이란 이름으로 선거에 동원되고 있다. 선거 이슈를 기어이 지역개발 프레임으로, 그것도 노 전 대통령의 유업(遺業)처럼 바꿔치기하는 게 신공(神功) 수준이다. 그동안의 지역갈등 해소 노력과 김해신공항 매몰비용은 차치하더라도 원점 재검토라면 모든 대안을 다시 고려해야 할 텐데, 민주당은 아예 가덕도신공항으로 쐐기를 박고 있다. 국가 중대사업 결정의 절차와 순리, 원칙은 온데간데없다.

국민의 높아진 눈높이와 절차적 민주주의의 중요성에 비춰볼 때 ‘국민을 뭘로 보냐’는 비판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174석 민주당의 결정이 곧 ‘민주적 통제’이며, 법치에 앞선다고 여기지 않으면 밀어붙이기 어려운 일들이다. 그러니 ‘수도 이전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도 무시한 채 국회 세종시 이전도 강행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행정수도완성추진단이 작성한 보고서에는 ‘여의도 금융특구화’ ‘국회 부지의 4차 산업혁명 단지 조성’ 등 선거용 떡고물이 듬뿍 담겼다고 한다.

더욱 가관인 것은 일상적인 정책마저 선거용 의심을 사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 11월 부산 해운대·수영구 등을 조정대상지역에서 슬쩍 해제한 결과 광안리의 한 아파트 값이 1년 새 10억원이 뛰어버렸다.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경유세 인상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은 올 4월 총선, 내년 보궐선거를 의식해 못 들은 체하는 여당이다. 이러니 정권 재창출을 위해 집값 급등을 방조했다는 ‘집값 기획인상설’까지 나도는 게 아닌가.

거대여당의 힘으로 밀어붙일 수 있다고 해서 정당 이익을 국가 공익에 앞세우는 나쁜 선례를 쌓아선 안 된다. 지난 총선에서 거대 여당을 만들어준 민의(民意)는 코로나 위기에 책임 있는 국정 운영과 갈등 조정에 힘쓰라는 요구였음을 이제라도 깊이 인식해야 한다. 선거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집권여당의 모습에 국민이 계속 인내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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