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10% 지분을 갖게 될 산업은행에서 흘러나오는 이런저런 얘기들이 향후 통합 항공사 경영에 우려를 낳고 있다. 통합 항공사의 책임경영을 보장한다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경영 개입의 복선을 까는 듯한 이동걸 산은 회장의 발언이 특히 그렇다. 산은을 통한 정부 간섭이 두 항공사가 합쳐서 빠른 시일 내에 항공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데 자칫 걸림돌이 되지 않을지 걱정이다.

이 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경영을 건전하게 하는지 감시하는 역할만 할 뿐”이라고 했지만 미묘한 발언도 쏟아냈다. “채권단과 외부 전문가로 구성되는 경영평가위원회 심사 결과 실적이 저조할 경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해임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는 말이 대표적이다. 공기업 기관장처럼 다루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산은은 한진칼과 대한항공 두 회사 모두에 사외이사 3명과 감사위원을 추천할 계획임을 밝힌 바 있다. 이런 마당에 실적 악화 시 경영자 해임 운운하면 통합 항공사의 책임경영이 과연 지켜질지 회의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에 대한 고용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재확인한 점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두 항공사 통합 시 불가피한 구조개편에 제약조건을 추가하기 시작하면 책임경영의 반경은 그만큼 좁아질 수밖에 없다. 통합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일자리 감소가 따르더라도 구조개편을 성공적으로 이뤄내고 경쟁력을 높이면 일자리가 더 늘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부분은 경영진의 자율적 판단에 맡겨야지 정부가 이래라저래라 간섭하면 통합 항공사가 산으로 갈지 모른다.

통합 항공사에 대한 정부의 지분 참여 모양새는 향후 다른 산업의 구조개편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부 지원이 경영 간섭으로 이어져 무늬만 책임경영으로 가게 되면 정치권이 개입할 여지는 더욱 많아지고 노조는 노조대로 기득권을 지키겠다고 투쟁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진다. 오히려 독이 될 정부 지원을 바라는 기업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위기 시 정부 지원이 성공적인 구조개편으로 이어지려면 원칙을 분명히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해 당사자들의 고통 분담, 정부 지원의 한시성, 일체의 정치 개입을 배제한 일관성이 그것이다. 기업의 정상화에 맞춰 정부 지분을 정리하는 등 로드맵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통합 항공사의 성공을 바란다면 책임경영을 보장하고 간섭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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