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우 베이징 특파원
[특파원 칼럼] 중국이 '빅테크' 때리는 이유는

‘텐센트가 음란한 앱 때문에 수익 몰수 처벌을 받았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가 지난 16일, 17일 연속으로 이 같은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텐센트의 노래방 앱 ‘취안민K거(全民K歌)’를 통해 청소년이 음란물에 노출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취안민K거는 출시된 지 5년이 넘었고, 중국에선 5억 명 이상이 쓰는 앱이다. 문제가 있었다면 어제오늘 일이 아닐 것이다. 인민일보는 공산당의 입장을 대변하는 기사가 아니면 사보(社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미담 기사를 주로 다룬다. 불과 보름 전에도 텐센트의 음악 서비스가 모범적인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보도했었다.

그런 인민일보가 갑자기 텐센트를 비판한 이유는 기사 말미에서 드러난다. “큰 플랫폼일수록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한다. 텐센트와 다른 인터넷 기업들이 이번 일로 교훈을 얻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에 대한 공산당의 경고 메시지였다.
알리바바·텐센트 규제 본격화
알리바바 계열 핀테크 업체 앤트그룹의 상장은 상장일을 이틀 앞둔 3일 전격 중단됐다.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의 금융정책 비판 발언이 결정적 원인이라는 분석이 많다. 하지만 최근 중국 공산당의 움직임을 보면 알리바바만 타깃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텐센트, 징둥과 핀둬둬(전자상거래), 메이퇀(음식 배달) 등 빅테크 기업에 전방위적 압박이 들어가고 있다.

플랫폼 기업에 공정거래법을 적극 적용하겠다는 ‘플랫폼 경제분야 반독점 지침’을 10일 내놓은 게 대표적이다. 중국은 그동안 빅테크를 키우기 위해 불간섭 원칙을 지켜 왔다. 알리바바에서 위챗페이를 안 받거나, 징둥에서 장사하려면 핀둬둬에는 납품하지 말라는 식의 불공정 거래 관행도 묵인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당국의 태도가 180도 바뀌었다. 특히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소비자 맞춤형 할인을 제공하는 것을 독점적 행위로 분류하고 이런 정보를 개방하라고 요구했다. 핵심 영업 비밀을 공개하라는 얘기다. 빅테크 기업들이 할인을 내걸고 유치한 고객 예탁금으로 해 오던 대출 사업도 이제는 일반 금융회사와 똑같이 규제한다. 당국이 법정 가상통화인 디지털위안화 도입을 서두르는 것도 모바일 결제 시장 90%를 장악하고 있는 알리페이·위챗페이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표현의 자유 억압해선 안 돼
빅테크에 대한 규제 강화는 전 세계적 흐름이기도 하다. 미국에선 최근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캠프에서 “페이스북이 민주주의를 위협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구글, 애플, 아마존 등의 분할 압박도 등장했다. 한국에서도 네이버와 카카오가 수시로 도마에 오른다. 각국은 빅테크 규제의 당위성으로 독점 폐해를 내세운다. 그러나 중국의 빅테크 때리기는 체제를 위협할 정도로 커져가는 디지털 플랫폼 기업의 영향력을 두려워해서라는 분석도 만만찮다. 이번 미국 대선 과정에서 페이스북, 트위터 등도 정치 편향적인 콘텐츠로 논란에 휩싸였다.

더구나 중국은 올초 우한에서 코로나19가 창궐할 당시 소셜미디어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텐센트가 운영하는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는 “당국이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라” “언론의 자유를 달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갈수록 덩치가 커지는 빅테크에 대한 견제도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빅테크를 국가 권력과 체제에 대한 도전으로 보는 시각은 자칫 개인의 표현과 언론의 자유 침해를 정당화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중국뿐 아니라 어느 나라에서도 경계해야 한다.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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