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아름다운 하모니
천상의 목소리로 유명한 빈 소년 합창단이 올해로 창단 522년이 됐다고 한다. 그동안 합창단은 해마다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투어 공연으로 아름다운 화음을 들려주며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그러나 올해는 다른 많은 문화·예술 공연처럼 온라인 투어로 대체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비록 직접 볼 수 없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음악이 주는 감동은 사그라지지 않을 것 같다. 오히려 비대면 시대를 맞아 다양한 공연을 집에서 편안한 복장과 자세로 즐길 수 있는 것은 장점이 된 듯하다. 지치고 힘들 때 아름다운 선율은 마음에 큰 위로로 다가온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 뛰놀다 지치면 산과 들을 가리지 않고 누워 쉬곤 했다. 거친 숨을 고르다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바람 소리와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 이름 모를 풀벌레 소리가 귓가에 흘러들어온다. 각기 다양한 특색을 지닌 소리가 어우러지면 아름다운 합창과 같이 느껴져 마음을 편안하게 해줬다. 그 영향인지 나는 한 예술가의 뛰어난 재능을 감상할 수 있는 ‘독창’도 훌륭하지만, 여러 명의 예술가가 조화롭게 어울리는 ‘합창’에 더 큰 감동을 느끼곤 한다. 합창에 참여하는 구성원 각각의 음뿐만 아니라 동료가 내는 음과 조화를 이룰 때 아름다운 하모니가 돼 관객에게 큰 감동을 준다.

아름다운 음악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여러 참여자의 의견 조율이 필수적일 것이다. 구성원 각자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상대에 대한 배려도 그에 못지않게 필요한 부분이다. 또 각 파트의 어우러짐을 위해 이를 조율하는 지휘자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지휘자와 합창단 모두 ‘조화(調和)’를 생각해야 궁극적으로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아름다운 하모니가 완성될 수 있다.

경영자로서 기업을 경영하는 것도 이와 비슷하다고 느끼는 순간이 많다. 기업 내부적으로 각기 다양한 부서의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이때 어느 한쪽에만 치우쳐 의사 결정을 하게 되면 본말전도(本末顚倒)가 되는 결론이 이끌어지기도 한다. 좋은 성과라는 하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각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조율하고 조화롭게 아우르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기업 경영이 마치 음악을 지휘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경영자의 지휘에 따라 다양한 부서가 이해와 배려를 통해 어우러지는 순간 기업은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뤄 훌륭한 성과를 낼 수 있게 된다. 최근 여러 기업에서 감사계약이 한창 진행 중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여기저기서 불협화음이 들려온다. 이런 때일수록 조화를 생각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서로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배려하는 노력이 더해질 때 비로소 불협화음은 천상의 소리로 바뀔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