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IT기업, 기술 방향성 좌우
반독점 규제로 문제 해결 못해
다양한 기업·정부 리더십 필요

대런 애쓰모글루 < 美 MIT 교수 >
[해외논단] 기술 혁신의 열쇠는 '다양성 회복'

미국 법무부가 지난달 구글을 상대로 제기한 반독점 소송은 대형 기술기업(빅테크)을 겨냥한 첫 번째 공격이다. 대형 기술기업의 독점을 억제하는 것은 미 의회에서 초당파적 지지를 받는 안건 중 하나다.

이번 반독점 소송의 초점은 인터넷 검색 시장에서 일어난 구글의 독점 행위에 맞춰져 있는 듯하다. 소송에 앞서 미 하원 법사위원회가 낸 보고서를 잘 읽어보면 정책 입안자들이 구글의 어떤 문제에 주목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이 보고서는 구글 외에 페이스북의 소셜미디어 지배력, 아마존의 유통망 장악력 등까지 다뤘다. 또 모든 주요 플랫폼 기업이 사생활을 침해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하지만 대형 기술기업이 인류 기술 발전의 방향성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이 독점 문제보다 오히려 더 파급력이 크다. 우리는 시간과 관심, 자원을 어떻게 배분해서 어떤 기술을 발전시킬지를 결정할 수 있다. 중간 관리자와 기술자, 숙련된 전문가들에게 도움이 되는 기술을 우선순위로 개발할 수도 있다. 반면 저숙련 노동자에게 쓸모있는 기술 개발에 중점을 두는 것도 가능하다. 인공지능(AI) 연구 역시 업무 자동화와 안면인식, 감시 강화에 중점을 둘 수도 있고 아니면 통신 보안이나 사실에 기반한 정치 담론 강화에 초점을 맞출 수도 있다.

기업과 연구자들이 어떤 것에 주목하느냐에 따라 기술 개발의 우선순위가 정해질 것이다. 당연히 기업은 예상 이익에 따라 어떤 신기술을 개발할지 결정한다. 이때 선도 기업이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일례로 1990년대 마이크로소프트(MS)는 윈도 운영체제(OS)로 PC 시장을 장악했기 때문에 대체 OS나 윈도와 호환되지 않는 제품을 개발할 이유가 없었다. 현재 실리콘밸리의 대형 기술기업들도 그들의 이익을 잠식할 만한 기술을 개발할 것 같지 않다.

더군다나 이들 기업의 기술 개발은 미래 비전에 큰 영향을 받는다. 애플의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은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의 독특한 혁신이었다. 그 결과 MS 등 경쟁자들이 애플의 제품을 쉽게 모방할 수 없었다.

성공한 기업이 자사의 비전을 추진하겠다는데 뭐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단일 기업이 한 분야를 독점하게 되면 문제가 생긴다. 역사적으로 많은 기업이 다양한 발상을 하고 도전할 때 기술 혁신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문제는 대형 기술기업들의 연구개발(R&D) 투자액이 기술 변화 전반을 주도할 만큼 커졌다는 점뿐만이 아니다. 다른 기업들도 자사 제품을 대형 기술기업 플랫폼에 연동해 의존·종속하는 방법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다.

맥킨지글로벌은 미국과 중국의 극소수 기술기업이 세계 AI R&D 비용 중 3분의 2를 쓰고 있다고 추산했다. 일부에서는 이들 기업이 AI와 데이터 기술이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고 감시를 강화하는 데 쓰여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다양한 기업이 R&D를 하지 않으면 사회 전체의 비용이 늘어난다. 혁신 가능성이 한 기업에 몰리면 결국 경쟁이 감소하고 비효율이 발생한다.

그러나 기술 변화의 방향 전환은 쉽지 않다. 다원적 접근이 필요하다. 선두를 달리는 기업을 제재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충분한 조치는 아니다. 미 증시 시가총액의 25%가량을 차지하는 페이스북, 구글, MS, 아마존 등을 해체한다고 해서 광범위한 혁신에 필요한 다양성이 회복되지는 않을 것이다.

서로 다른 비전을 가지고 있는 다양한 기업이 등장해야 하며 기술 발전에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정부도 필요하다. 우리에게는 근로자와 소비자, 시민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기술 발전을 유도할 힘이 있다. 다만 우리에게 시간이 아주 충분하지는 않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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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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