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취임 후 기업인 신속입국 합의
양국 수출규제 철회 등 적극 논의
경제협력 확대 위한 물꼬 터주길

권태신 <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
[시론] 韓·日 과거사 딛고 경제교류 늘릴 때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신임 일본 총리가 지난 9월 중순 취임했다. 신임 총리 취임만으로 냉랭했던 한·일 관계가 급격히 개선되기를 바라는 건 무리일 것이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양국 정상이 서신교환과 전화통화를 통해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다짐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최근 양국 간 기업인 입국제한 완화조치를 발표한 것에 대해서도 우리 기업인들은 크게 환영하고 있다.

한·일 양국은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 정치, 외교, 경제 등 다방면에서 오랜 교류를 통해 긴밀하고 호혜적인 관계를 구축, 발전시켜 왔다. 경제분야에서 한국이 최빈국에서 선진국 문턱까지 오는 과정에서 일본과의 협력이 큰 힘이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국과 일본은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의 핵심 국가로서 양국 및 세계 경제 발전에 기여해 왔다. 한·일 소재·부품·장비산업은 강력한 분업체제를 통해 2018년 기준 약 811억달러 규모의 부가가치를 창출했는데, 이는 상호협력이 없다면 그만큼의 손실을 초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뿐만 아니라, 양국 기업은 제3국 시장에 공동 진출해 수많은 성공사례를 남겼다. 아랍에미리트(UAE) 가스복합 화력발전소, 인도네시아 액화천연가스(LNG) 공동개발 등이 그것이다. 이처럼 경제인들은 한·일 관계 부침 속에서도 정경분리 원칙에 따라 경제협력 강화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과거사로 인해 양국관계가 원활치 않았다. 급기야 작년 7월 일본의 수출규제로 양국관계가 급격히 냉각됐고, 올 들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인적 교류 중단으로 양국 관계는 더욱 얼어붙었다.

경색된 한·일 관계는 경제에도 영향을 미쳐 코로나로 어려운 양국 경제계에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 6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일본 진출 한국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95.7%의 기업이 수출규제와 코로나19에 따른 입국제한 조치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양국 간 교역도 올 8월까지 10.9% 줄었다.

이제 새 일본 총리가 취임한 만큼 한·일 양국 정부가 과거의 갈등에서 벗어나 미래지향적 관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때다. 먼저 양국 정부는 과거사 문제로 촉발된 양국 수출규제 철회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일본의 수출규제 및 한국에 대한 ‘화이트 국가’ 제외조치에 따라 한국도 비슷한 수준의 대(對)일본 수출규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이는 양국 국익뿐만 아니라 코로나19하의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에도 도움이 안 된다.

향후 강제징용 배상금 현금화 등 과거사 문제로 양국 관계가 더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취임 직후 양국 정상이 편지와 전화를 통해 관계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이룬 만큼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해결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로 유동적이지만 연말 한국에서 한·중·일 정상회의가 예정돼 있다. 이를 계기로 양국 정상은 수출규제 철회 등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위해 논의하기를 바란다.

또 양국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워진 경제를 살리기 위해 경제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최근 기업인 입국완화로 그간 주춤했던 양국 간 경제협력을 다시 확대할 수 있게 된 만큼 다방면에서 과거 이상으로 교류가 확대될 수 있도록 노력해주기 바란다.

필자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 시절, OECD 가입의 핵심조건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동시에 추구하는 국가였으며, 아시아에서는 한국과 일본만이 해당됐다. 그만큼 일본은 한국과 기본적 가치와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가까운 친구다. 인접 국가끼리 갈등이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갈등이 있다고 언제까지 안 보고 살 수는 없다. 한국과 일본은 언제든 마주앉아 대화하고 소통해야 한다. 스가 총리 취임이 양국 경제협력이 예전처럼 활발해지는 모멘텀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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