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오리무중 美 대선
미국 대통령 선거는 외부인 시각에선 기묘하게 느껴진다. 제도가 복잡하고, 시대착오로 느껴지는 관행이 적지 않게 남아 있어서다. 240여 년에 걸친 민주주의 착근(着根) 과정이 선거제도에 투영된 결과다.

절차부터 매우 복잡하다. 공화·민주 양당은 대선 예비후보들의 경선인 코커스(당원대회·거수방식)와 프라이머리(일반인 참여·비밀투표)를 거쳐 전당대회에서 후보를 확정한다. 선거일은 ‘11월 첫 월요일 다음 화요일(올해는 11월 3일)’이다. 대선일을 농한기로 정한 데서 농업국가의 흔적이 엿보인다.

대선일은 엄밀히 말해 대통령이 아니라 선거인단을 뽑는 날이다. 선거인단은 12월 형식적인 대통령 선거에 투표한다. ‘일반 국민은 국가 지도자를 뽑을 안목이 없다’고 본 알렉산더 해밀턴 등 ‘건국의 아버지들’의 영향이다.

선거인단은 상원(100명) 및 하원 의원 수(435명)에다 수도 워싱턴DC에 배정된 3명을 합친 538명이며, 이 중 과반수(270명)를 얻으면 당선이 확정된다. 주지사와 시장, 상·하원 의원 모두 직접선거로 뽑지만, 대통령만 형식상 선거인단을 통한 간접선거다. 미국과 아일랜드, 에스토니아 등에만 남아있는 제도다.

무엇보다 주별 선거의 승자가 선거인단을 모두 가져가는 ‘승자독식’이 눈에 띈다. 나라가 있고 나서 투표권이 주어진 게 아니라, 주민이 먼저 정착하고 주(州)가 생긴 뒤 연방국가가 형성됐기에 만들어진 제도다. 주의 대표권을 중시한 것이다. 이 때문에 전체 득표에선 뒤져도 대선을 이기는 경우도 종종 나온다. 19세기 존 퀸시 애덤스(6대), 러더퍼드 헤이스(19대), 벤저민 해리슨(23대)과 2000년 조지 W 부시, 2016년 도널드 트럼프가 소수파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안 그래도 변수가 많은 미 대선이 올해는 더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간 전국 지지율 격차가 6~7%포인트로 좁혀졌다. 플로리다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 등 주요 경합주들도 혼전이다. 4년 전 대선 때 예측 실패로 망신당한 주류 언론과 여론조사 업체들은 여전히 바이든에 유리한 전망을 내놓지만 확신은 못 하는 모습이다.

예측불허 선거전이 전개되며 뉴욕 맨해튼에선 사전투표를 위해 장장 3㎞의 긴 줄이 늘어섰다. 전체 투표율도 112년 만에 가장 높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높아진 투표율은 과연 누구에게 유리할까. 선거함이 열릴 그날까지 지구촌 초미의 관심사다.

김동욱 논설위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