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급등한 전·월셋값 안정을 목표로 24번째 부동산 대책을 이르면 이번주 공개하기로 해 주목된다. 계약갱신청구권(2+2년), 전·월세상한제가 담긴 임대차보호법 시행 후 석 달이 되도록 전세시장 혼란이 극심하다. 급기야 지난달엔 월세까지 4년8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국민은행 기준)을 기록하자 ‘더 보고만 있을 수 없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번 대책에는 세입자에게 주어지는 월세 세액공제 혜택을 늘리고,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가속화하는 방안이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이 들썩일 때마다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세금폭탄’ 등 반(反)시장 땜질 정책을 남발해 되레 혼란을 가중시켰던 게 그동안의 흐름이었다. 그런 점에서 임대차시장의 또 다른 불안요인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표준임대료(지방자치단체가 정하는 적정 임대료) 같은 규제책이 일단 배제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만하다.

그러나 ‘전·월세 대란’을 초래한 임대차 3법을 되돌리고 양질의 주택공급 확대, 거래활성화 등 전면적인 정책전환이 아니라면 또 다른 땜질에 그칠 게 뻔하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진작에 전문가들이 규제책 남발로 인한 주택 공급부족 등 부작용을 우려했음에도 정부는 깡그리 무시했다. 그 결과 내달 서울 입주물량이 2년7개월 만에 최소인 296가구로 쪼그라들어 ‘전세절벽’이 더 가팔라질 전망이다.

임대차법도 마찬가지다. ‘전세의 월세화(化)’를 우려한 윤희숙 의원(국민의힘)의 ‘5분 발언’이 국민 공감을 불러일으켰지만 여당은 “월세 전환이 나쁜 게 아니다”는 궤변으로 강행 통과의 책임을 회피하는 데 급급해했다. 불행히도 임대차시장은 윤 의원의 예측대로 흘러가고 있다. 정부 통계보다 시장을 더 잘 반영한다는 국민은행의 주간 매매·전세거래지수 발표가 실제로 중단됐다고 해도 전·월세 대란의 실상이 가려지진 않을 것이다.

정부·여당이 시장에 대한 몰이해와 무지를 ‘세입자 보호’라는 미명으로 포장한 땜질 대책을 양산한 결과 무주택 서민들은 극도의 주거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이를 끝내려면 부동산 정책을 친(親)시장적으로 전환하는 길밖에는 없다. 해법이 분명한데도 고집스레 외면하니, “10년간 대책을 다 살폈는데, 뾰족한 수가 없다”(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소리밖에 더 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