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윤 <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前 한일경제협회 부회장 >
[기고] 경제입법 및 정책효과 평가기구 만들어야

최근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가 추진하는 부동산 정책이 많은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이 정책의 파편을 맞아 심지어 기획재정부 장관조차 살 집을 마련 못해 전전긍긍할 지경이라니 이 정책으로 서민들이 겪는 고통은 이루 말할 필요도 없겠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감사원 간에는 월성원전 1호기 폐쇄와 관련한 경제성 평가를 둘러싸고 심각한 대립이 야기되고 있다.

또한 경제입법 핫이슈인 이른바 ‘공정경제 3법’의 국회 통과를 둘러싸고 여당과 재계 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야당인 국민의힘 간에도 갈등을 빚고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기업인의 처벌을 신설하거나 강화하려는 117개 법안이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왜 경제정책 및 입법 추진으로 대립과 갈등이 심해지고 있는지 따져봐야 할 것이다. 여당이 그간의 정책, 즉 기업 중에서도 재벌 등 대자본 중심 정책을 대폭 수정해 근로자 중심으로 바꿔 서민의 이익과 중소기업 입지를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하면서 이같은 충돌을 초래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분명히 인식해야 할 점은, 정책이 경제적 합리성을 벗어날 때는 의도와 달리 일반 서민의 이익을 신장시키기보다는 오히려 서민 생활을 어렵게 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사실이다. 서민의 주택안정을 도모하겠다던 부동산 정책이 결과적으로 집값과 전세 가격을 높일 뿐 아니라 전세조차 구하기 어렵게 해 도리어 서민을 괴롭히는 상황으로 이어지는 식이다.

왜 이러한 결과가 나왔는지에 대해선 여러 요인이 지적되겠지만 가장 큰 것은 경제학의 기본원리인 수요와 공급 법칙, 즉 수요를 아무리 억눌러도 공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가격이 높아진다는 점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공정경제 3법은 아직 시행 전이라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이 입법도 추진 목적인 중소기업 입지 강화와 경제 활성화보다는 재계가 염려하는 대로 외국 투기 세력에 의한 경영권 침탈, 끊임없는 경영권 흔들기 등 부작용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국부가 유출될 개연성이 더 크다는 얘기다.

한국경제는 1960년대 이후 개방경제와 가공무역입국을 추진해왔다. 한국 기업들은 고도의 국제경쟁 하에 놓여있고, 조금만 방심하면 엘리엇 같은 해외 기업의 먹잇감이 될 여지가 크다. 때문에 공정경제 3법이 경제 활성화보다는 오히려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는 틈을 줘 국부 유출, 외부감사에 의한 기술기법 등 핵심 경영자원 유출 우려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한국경제의 불평등 및 불공정을 시정하기 위한 경제정책 및 경제입법 추진이 한국 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약화시켜서는 안 된다. 재벌 등 대기업의 경영자원을 중소기업 등 경제적 약자에게 적절히 활용되거나 이전될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할 것이다.

이상의 문제의식에 입각해 중립적인 ‘경제정책 및 경제입법 평가기구’의 설립을 제안한다. 경제정책 및 경제입법 추진시에 이 기구가 국회에 제출된 제 경제입법을 충분히 분석·평가해 의견을 제출하도록 했으면 한다. 그같은 객관적 평가를 거쳐 수정된 법안이라면 혼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간 한국경제는 고도성장을 위해 불균형 성장정책을 추구해왔다. 개선해야 할 불균형이 적지 않고, 끊임없는 시정 노력도 요구된다. 그러나 그 시정 방향이 경제적 합리성을 결여하거나 한국 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약화시켜 국부가 유출되게 해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선 중립적 평가기구로 하여금 중요 경제입법 및 정책을 충분히 논의하도록 하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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