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 한국예탁결제원 등 공기업들이 최근 잇따라 범죄 혐의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감사원의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에 대한 감사결과를 보면 한수원은 경제성 평가 때 불합리하게 낮은 결과가 나오도록 원전 전력판매 단가를 낮춰 잡았다. 그 책임으로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엄중 주의’ 조치를 받았다. 예탁결제원은 옵티머스펀드가 비상장 사모사채에 투자하면서도 공공기관 매출채권이라고 사기를 치는 과정에서 이를 방조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두 사례를 보면서 공기업이 왜 존재하는지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공기업은 말 그대로 공공성 있는 사업을 위해 정부가 직·간접으로 투자한 회사다. 민간기업과 가장 큰 차이가 바로 공공성이다. 공기업이 큰 수익을 내지 못해도 유지되고, 임직원에게 억대 연봉과 공무원 수준의 신분을 보장해주는 이유다. 그런데도 공익은 차치하고 불법적인 범죄 행위에 자의든 타의든 연루됐다면 공기업으로서 자격이 없는 것이다. 이는 공기업의 주인인 국민에 대한 배임이기도 하다.

이런 공기업들이 경영에선 방만하기 짝이 없어 국민을 더욱 화나게 한다. 국회 국정감사에선 자본잠식 상태인 광물자원공사가 올해 30억원이 넘는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한국가스공사는 한 간부가 식사비용으로만 2년간 1억1000만원을 쓴 것이 도마 위에 올랐다. 공기업이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비결이 방만경영이었던 셈이다. 이런 어이없는 행태가 벌어지는 것은 ‘낙하산 경영진’과 노조의 공생관계 탓이란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사장, 감사 등을 정치권이나 소관부처 출신들이 차지하고, 노조는 그 대가로 고(高)임금과 복지혜택을 챙긴다는 것이다. 역대 정부에서 공기업 개혁이 번번이 실패한 주원인 중 하나다.

이번 한수원과 예탁결제원 사례를 공기업 쇄신의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단순히 관련자 문책에 그쳐선 문제 해결이 안 된다. 사장 선임 제도부터 내부규율 및 감시장치, 성과평가에 이르기까지 공기업 경영 전반에 걸쳐 종합점검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공기업 스스로 뼈를 깎는 개혁으로 국민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