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빵집 로망

빵집의 역사는 인류 문명사만큼 길다. 고대 이집트 시대부터 빵집이 성업했다. 집집마다 화덕을 설치하기 어려워 공동 화덕에서 구운 빵을 사다 먹었다. 귀족은 부드러운 밀가루빵을 먹었지만 서민은 딱딱한 귀리빵이나 호밀빵을 주식으로 삼았다. 그마저 부족해서 늘 배가 고팠다. 《레 미제라블》의 주인공 장 발장의 불행도 훔친 빵 때문이었다.

빵집은 근대에 들어 기업 차원의 프랜차이즈 업소와 개인 소유의 동네빵집으로 분화됐다. 어느 나라나 비슷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인 전북 군산의 ‘이성당’은 1945년 창업해 75년째 내려오고 있다. 대전 ‘성심당’과 대구 ‘삼송빵집’도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다.

최근에는 아침밥 대신 빵을 먹는 2030세대와 유명 빵집을 순회하는 이른바 ‘빵순이’가 늘고 있다. 옥수수 급식빵과 풀빵 맛에 익숙했던 장년층까지 여기에 가세했다. 전국 빵집은 지난 8월 기준 1만8500여 개에 이른다.

‘고급 빵’ 수요가 늘면서 프랑스산 밀가루 수입량은 지난해 2804t으로, 2015년(1374t)의 두 배를 넘었다. 국내 1위 프랜차이즈 파리바게뜨가 빵의 본고장인 프랑스에 진출할 정도로 맛과 기술도 좋아졌다. 집에서 빵을 만드는 ‘홈베이킹’ 바람을 타고 이동구 변호사 등 유명인까지 제빵기술을 배우고 나섰다.

‘빵집 주인’을 꿈꾸는 사람 또한 늘고 있다. 하지만 빵집은 영업시간이 길고 이익률이 낮은 편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영업시간이 하루 12시간 이상인 곳이 전체의 56%나 된다. 빵 굽는 사람과 판매자가 동시에 필요해서 인건비도 많이 든다.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은 평균 15%로, 커피점(22%)과 치킨집(18%)에 못 미친다. 연평균 매출이 3억여원, 수익이 약 4500만원이라니 겉보기와는 다르다. 다만 한곳에 자리잡고 나면 다른 업종보다 수명이 길다. 전문기술이 필요해서 남들이 쉽게 따라 할 수 없고 비교적 오래 영업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코로나 사태로 집에서 삼시 세끼를 해결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빵 수요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소비자 트렌드는 과거의 달콤한 ‘간식 빵’에서 담백한 ‘식사 빵’ 위주로 바뀌고 있다. 이들의 취향에 맞춰 맛과 개성을 잘 살리면 된다. 옛날 서민용 호밀빵이 건강식으로 각광받는 세상이다.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커피를 함께 파는 방법은 또 어떤가.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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