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범죄’가 갈수록 늘고 있다. 지난해 사기 무고 위증 등 3대 거짓말 범죄는 47만6806건으로 역대 최대였다. 1년 전에 비해 12.9% 늘었고 2013년(30만792건) 대비 60%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경제가 발전하고 소득이 높아지는데도 거짓말 범죄가 날이 갈수록 기승을 부린다는 것은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불신이 일상화된 시대상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거짓말에 대한 사회적 처벌이 약한 것은 물론 거짓말 정도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 사회 분위기가 이런 결과를 낳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집권층이나 사회지도층에서 이런 유의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아무리 거짓말해도 옳고 그름보다는 ‘내 편, 네 편’의 잣대로 판단하는, ‘정의의 아노미’ 현상이 심심찮게 목격되는 요즘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를 지지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허위 진술, 자료 삭제는 감사받는 사람이 기본적으로 할 수 있다”는 말을 여당 국회의원이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세상이다.

‘저신뢰 사회’가 위험한 것은 성장 저하는 물론 공동체 붕괴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타인에 대한 신뢰도가 10%포인트 올라가면 거래비용이 줄면서 경제성장률이 0.8%포인트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금 한국에선 반대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실제 선진국 중에는 사회적 신뢰도가 한국처럼 낮은 나라를 찾아보기 어렵다. 영국 레가툼연구소의 지난해 사회자본(개인 간 신뢰, 국가제도에 대한 신뢰 정도) 조사에서 한국은 167개국 중 142위에 그쳤다. 미국(16위) 중국(34위)은 물론 짐바브웨(110위) 등 일부 아프리카 국가보다 낮다. OECD의 사회신뢰도 조사(2016년)에서도 35개국 중 23위에 머물렀다.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 정치인의 거짓말이 얼마나 치명적인지는 워터게이트 사건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고대 중국 법가 사상가들은 백성들로부터 신뢰를 얻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위로부터 신뢰가 없으면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개혁도 불가능하다는 점을 간파한 것이다. 공자 역시 정치에 가장 중요한 것으로 ‘말’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정명론(正名論)을 강조하면서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고 했다.

신뢰가 없으면 공동체가 바로 설 수 없고 거짓은 나라를 망친다. 그런데 지금 위정자 중에는 아무렇지 않게 거짓말하고, 그게 드러나도 사과는커녕 변명에 급급한 이들이 넘쳐난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이런 풍조가 나라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 그 주체는 정치인이 아닌, 깨어 있는 국민들이어야 한다. 국가의 미래가 걸린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