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나 발화 원인 놓고 책임공방
전기차 불신으로 비화할 수도

고윤상 증권부 기자 kys@hankyung.com
[취재수첩] 'K배터리' 갈등을 바라보는 증권업계의 우려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한국 배터리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을 확장하는 데 올인해도 모자란 지금 자기들끼리 싸우는 것을 보니 걱정이 됩니다. 투자하는 관점에서 보면 투자 매력을 스스로 떨어뜨리는 행위 같습니다.”

최근 만난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이렇게 말했다. 현대자동차의 코나EV 화재사건으로 촉발된 현대차-LG화학 간 갈등을 놓고 한 말이다. LG화학 배터리를 장착한 코나EV는 2018년 출시된 이후 국내 9건, 해외 4건 등 총 13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국토교통부는 현대차의 주장대로 LG화학의 배터리 셀 제조 불량이라고 잠정 결론 내렸다.

LG화학은 국토부의 결론에 동의하지 못 하는 분위기다. 차량 자체가 문제였을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는데 현대차가 배터리 문제라고 섣불리 결론 낸 것에 대한 불만이다. 화재 원인에 관한 것은 각각 완성차와 배터리를 생산하는 두 회사 모두 제품의 신뢰성과 직결되는 문제라 물러나기 어렵다는 것을 이해할 만하다.

하필 시기도 절묘하다. 현대차는 조만간 E-GMP(전기차 전용 플랫폼) 기반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3차 물량을 발주한다. 앞서 1차 물량은 SK이노베이션, 2차는 LG화학과 중국 CATL이 수주했다. 3차 물량은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이 양분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3차 발주 물량에서 LG화학이 배제되거나 물량이 미미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업계에서 나온다.

현대차-LG화학의 장기적인 관계가 악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커지고 있다. 과거 현대차와 한국타이어가 타이어 불량을 놓고 갈등한 끝에 거래를 끊어버린 사례까지 회자된다.

배터리산업은 반도체를 이을 한국 산업의 미래 먹거리다.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배터리 삼총사와 이들을 뒷받침하는 배터리 소재·장비 기업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세계 어느 국가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밸류체인이라고 하는 사람까지 있다.

하지만 업체 간 갈등이 불거지면서 밸류체인의 강점을 스스로 깎아먹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과 기술 침해 문제를 놓고 미국에서 소송전도 벌이고 있다. 이 소송전은 배터리 주가를 짓누르는 불확실성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그래서 투자자들은 이 같은 배터리를 둘러싼 갈등을 불편해한다. 업체 간 갈등이 평판의 문제로 이어지고, 자칫 전기차산업 전체에 대한 불신을 쌓아가는 행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귀책사유를 따질 게 아니라 갈등을 협력 강화의 계기로 삼는 노력을 할 때”라며 “한국 기업들은 경쟁하느라 협력을 못한다는 통념을 한 번은 깨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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