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대통령 아들의 진정성 없는 사과
“사과는 당사자한테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SNS에 글 하나 올리고서는….”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은 1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언론 기사를 보고서야 문준용 씨가 사과한 사실을 알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인 문씨가 곽 의원을 향해 ‘헛발질’한 뒤 내놓은 사과글에 대한 비판이었다. 문씨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곽 의원을 향해 “제가 잘못 안 부분이 있었다”며 “미안하다. 앞으로도 우리 페어플레이하자”고 적었다.

그가 지난 8일 같은 계정에 “곽상도 나빠요”라며 올린 글이 발단이었다. 문씨는 “곽 의원이 제가 출강 중인 대학(건국대) 이사장을 국정감사에 불러냈다고 한다”며 “제 강의 평가를 달라고 했다는데, 한마디로 시간강사 시킨 게 특혜 아니냐는 소리”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의원’ 존칭도 생략한 채 “곽상도는 상습적이고 무분별한 권한 남용으로 사람들을 해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유자은 건국대 이사장이 7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감장에 증인으로 출석한 데 대한 불만 제기였다.

곽 의원은 즉각 반박했다. 그는 9일 SNS에 “건국대 이사장은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필요 때문에 증인으로 국감장에 불려 나온 것”이라며 “이왕에 증인으로 출석했기에 문씨 자료도 요청한 것뿐”이라고 밝혔다. 서동용·김철민 민주당 의원은 건국대가 사모펀드 투자 과정에서 120억원 손실을 본 의혹 등을 묻기 위해 유 이사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결국 문씨는 곽 의원의 ‘팩트 체크’에 반박도 못 하고 이틀 만에 꼬리를 내렸다.

이번에는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았다는 비판까지 더해졌다. 곽 의원과 같은 당인 조수진 의원은 10일 SNS에 “엉뚱하게 시비 걸어놓고 난데없이 페어플레이를 운운하는 것이 우습다”며 “대통령 아들이 현역 정치인이냐”고 날을 세웠다. 문씨 관련 인터넷 기사에는 “사과를 하려면 진정성 있게 해야 한다” “잠시 비난만 피하려는 ‘무늬만 사과’인 게 너무 티 난다”는 등 댓글들이 올라왔다.

“본인만 떳떳하면 자료 제출 요구가 이렇게 발끈할 문제냐”는 지적도 나온다. 곽 의원은 건국대로부터 관련 자료를 받아 문씨의 ‘아빠 찬스’ 의혹을 면밀히 살펴본다는 방침이다. 문씨가 다른 강사들과 달리 작년과 올해 강좌가 늘어난 것이 문 대통령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의혹이다.

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대통령 아들의 강사 채용에 혹시 특혜가 있는지 한 점 의혹이라도 들여다보려는 건 야당 국회의원으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며 “대통령 아들이기 때문에 감내해야 하는 숙명 정도로 이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과거 현직 대통령의 자녀 가운데 이렇게 야당을 상대로 발끈하면서 정치적 발언을 늘어놓은 사례가 있었는지 문씨는 살펴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