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용의 디지털 세상] 코로나 방역, 위치정보기술로 정밀화해야
긴 추석 연휴가 끝났다. 이번 연휴엔 많은 사람이 고향에 내려가지 않고 집에만 있다 보니 5일 연휴 기간 내내 식구들 밥 챙겨주느라 힘들었다는 엄마들의 볼멘소리도 들리긴 했다. 연휴 기간엔 대개 차례음식으로 준비한 전, 잡채 등을 데워서 몇 번씩 먹곤 하는데, 이런 음식을 데워 먹는 데 꼭 필요한 게 전자레인지다.

전자레인지는 모든 가정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 됐지만 어떻게 만들어지게 됐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전자레인지를 처음 개발한 사람은 미국 공학자 퍼시 스펜서다. 그는 2차 대전 당시 마이크로파를 이용한 레이더 기술을 연구하던 중 마이크로파를 발생시키는 장치인 마그네트론 옆에 있다가 주머니에 있던 초콜릿이 녹은 것을 발견했다. 스펜서는 마그네트론이 발생시킨 마이크로파 때문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몇 가지 음식으로 실험을 하면서 마그네트론이 발생시킨 마이크로파가 음식 속 수분의 온도를 올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렇게 전자레인지는 1947년 탄생해 우리 부엌을 편리하게 바꿔놓았다.

최근 필자는 한 국내 기업을 방문했다. ‘사람과 공간을 연결’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위치정보 솔루션 업체다. 위치정보는 이동성이 있는 물건이나 개인이 특정한 시간에 존재했던 장소 및 그와 관련된 정보를 의미한다. 이 기술의 핵심은 개인 및 물체가 특정한 시간에 어디에 위치하고 있느냐를 정확하게 알아내는 것이다. 하이브리드 비컨(hybrid beacon)이란 센서의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고객이 특정 매장에 들어왔는지, 그냥 지나쳐 가는지 그리고 이마트같이 큰 매장에서는 고객이 다이어트 식품부에 있는지, 아기용품 진열대 앞에 있는지 등의 위치정보를 정확하게 파악한다. 그리고 이 위치정보를 기반으로 쿠폰 등을 고객의 스마트폰에 보내 구매를 유도하는 ‘O2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를 하는 것이다.

최근 이 기업은 스펜서가 마그네트론 실험 중 마이크로파가 주머니 속 초콜릿을 녹인 것을 발견했듯, 위치추적 기술이 코로나19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이들을 찾아내는 데 효과적이라는 것을 발견하고 실시간 밀접접촉자 선별시스템을 개발했다. 사실 K방역을 외치고 있지만, 현재의 역학조사는 이동통신사의 기지국 데이터와 GPS, QR코드, 신용카드 데이터로 밀접접촉자를 선별한 뒤 인력을 투입해 폐쇄회로TV(CCTV)를 보며 동선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통신사 기지국과 GPS는 반경 70m 안의 모든 대상자를 밀접접촉자로 분류하고 있는데, 전파 특성상 실내공간을 정확히 추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어 대형 건물에 확진자가 나오기만 해도 건물 전체를 폐쇄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QR코드 방식은 행정인력을 동원해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n차 감염이 이어져 전파속도를 방역이 못 따라가는 단점이 있다. 또 2500만 명이 매일 이용하는 수도권의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 수단에서 무증상 감염자로부터의 n차 감염은 통계에 잡히지도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은 좀 더 과학적이고 기술적인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려준다. 그동안 수많은 인력을 동원해 추적하고 선별했지만 끝을 알 수 없는 코로나 상황에서 이들의 피로도가 누적돼가고 있다. 또 겨울 추위가 오면서 다시 한 번 팬데믹이 예고되는 상황에서 현재의 방법이 지속 가능할까 하는 걱정이 앞서는 게 사실이다.

이젠 좀 더 과학적이고, 최신 기술에 기반한 신속 정확한 접촉자 선별 시스템을 작동해야 할 시기가 아닌가 한다. 지하철역 또는 매장에서 소비자 위치를 파악해 구매를 유도하는 쿠폰을 날려주는 기술이 확진자가 어느 매장을 다녔는지, 지하철의 어느 칸을 이용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반경 3m 안의 밀접접촉자를 정확하게 선별하는 데 이용될 수 있지 않을까.

정부는 ‘디지털 뉴딜’을 강조하면서 코로나 위기를 디지털 사회 진입의 기회로 삼고자 하는 전략을 발표했다. 디지털 강국임을 자랑하고 있는데도 방역에서는 첨단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