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형 문화부장
[송태형의 데스크 칼럼] 비대면, 온택트 그리고 아우라

“연극은 관객과 호흡하는 현장예술입니다. 같은 공간에서 배우와 관객이 서로 시선을 마주치고 교감하는 자체가 굉장한 일이잖아요. 스크린이나 TV 화면을 통해서는 느낄 수 없는 것이죠.”

7년 전 ‘연기 인생 50년’을 맞은 연극인 손숙을 만나 연극 무대만 고집해온 까닭을 물었을 때 돌아온 대답이다.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스타가 된 뒤에도 ‘고향’인 무대에 꼬박꼬박 서는 배우들에게도 그 이유를 물으면 십중팔구 관객과 직접 마주하는 ‘날 것’의 매력을 이야기한다.

관객이 시간과 돈을 들여가며 굳이 공연장을 찾는 이유도 비슷하다. 특정 시공간에 존재했다 사라지는 예술을 현장에서 직접 만나야만 발생하는 교감의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서다. 독일 철학자 발터 베냐민의 개념을 빌리면 현장 대면으로 생산되는 ‘아우라’야말로 수천 년간 이어져온 공연예술의 핵심 가치다.
공연예술 근간 뒤흔든 코로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이런 공연예술의 근간을 뒤흔들었다. 현장 대면이 불가능해진 공연계는 다양한 비대면 기술 서비스에 나섰다. 예전 공연 영상을 스트리밍하거나 관객 없이 하는 공연을 생중계했다.

일종의 대증요법인데 이게 통했다. 공연장에 가지 못하거나 새 콘텐츠를 찾는 사람들이 호응했다. 여기에는 공익적 차원의 무료 서비스라는 점도 한몫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되자 곧 한계에 직면했다. 공연 취소와 ‘좌석 띄어 앉기’로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비대면 서비스의 유료화 수익 모델을 찾아야 했다. 하지만 ‘현장 아우라’가 빠진 공연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돈을 낼까. 회의적인 시선이 많았다.

유튜브와 SNS 등에서 최고 수준의 디지털 활용 능력을 발휘해온 K팝이 이번에도 길을 열었다. K팝 온라인 콘서트는 비대면이 아니라 ‘온택트(ontact)’란 개념을 내세웠다. ‘온라인을 통한 실시간 연결과 소통’을 의미하는 온택트를 구현한 공연에 세계 K팝 팬이 값비싼 관람료를 내며 접속했다.

추석 연휴에 신드롬을 일으킨 ‘2020 나훈아 콘서트’는 온택트 공연의 정점을 보여줬다. 나훈아는 국내외 곳곳에 산재한 관객 1000명과 온택트 기술을 통해 시선을 마주치고 교감하고 소통하며 아우라를 일으켰다. 나훈아의 퍼포먼스에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온택트 관객’이 없었다면 얼마나 공연이 무미건조해졌을까. 녹화 영상을 TV 화면으로 본 ‘비대면 관객’의 재미와 감동도 크게 반감됐을 터다.
창의적 ‘아우라’ 구현이 활로
콘서트뿐 아니라 연극, 뮤지컬, 오페라, 무용 등 거의 모든 공연예술에서 다양한 유료화 모델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다각적이고 입체적인 영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기본이다. 온택트처럼 초연결 기술을 이용해 공연의 현장성을 살리고 실제 공연장처럼 더욱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관람 환경을 조성하려는 창의적인 시도들이 더해진다. 현장 대면의 아우라를 완벽하게 재현할 수는 없지만 조금이라도 담아내 콘텐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다. 디지털 환경에 맞춰 제작된 온라인 연극과 웹뮤지컬 등 이전에 없던 새로운 형태의 공연도 생겨나고 있다.

코로나19란 위기 상황에서 재발견된 비대면 기술은 혁신적인 예술가의 창의력, 상상력과 만나 공연예술의 영역을 확장시키고 있다. 생존의 고민에서 출발한 온라인 공연은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며 문화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누구도 가보지 못한 길에 나선 공연예술인들의 행보에 관심과 지지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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