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IPO 수수료까지 통제하려는 금융당국
‘수수료를 합리적으로 책정할 방법을 검토해 달라.’

금융감독원이 최근 주요 증권사 기업공개(IPO) 담당자들과 연 비공개 간담회에서 전달한 내용이다. 증권사들이 대형 공모주 흥행으로 높은 수수료 수익을 만끽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다. 증권사에 ‘요청’하는 형태였지만, 금감원은 수수료율 최고 한도를 정해두는 ‘상한제’나 인센티브 ‘정액제’ 적용 등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는 금융당국의 이 같은 요구를 공모주 시장 이상 과열의 한 원인을 과도한 수수료로 보고 손쉬운 증권산업부터 통제에 나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현행 IPO 수수료는 ‘정률제’로 정해진다. 증권사가 의무적으로 매입을 약속한 공모주 인수금액에 일정 수수료율(통상 1% 안팎)을 곱해 계산한다. 인수금액은 공모가가 높을수록 커진다. 증권사 관점에선 공모가가 비쌀수록 더 많은 수수료를 챙기는 구조다. 따라서 IPO 수수료 산정 방식을 상한제나 정액제로 바꾸면 증권사들이 시장의 열기를 악용해 공모가를 높게 책정하려는 유인이 약해진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하지만 이미 완전 경쟁에 가까운 국내 IPO 시장에서 수수료 통제가 시장의 안정보다는 부작용만 가져올 것이란 우려가 많다. 국내 IPO 시장은 NH투자·한국투자·미래에셋대우 등 ‘빅3’를 포함해 10곳 안팎의 증권사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인수금액 4~7%)과 유럽보다 수수료율이 크게 낮은 편이다.

상한제로 추가 수익을 막을 경우 까다로운 IPO 기피 현상을 심화시킬 가능성도 있다. 마치 이자제한법이 취약 채무자의 대출 기회를 빼앗는 것과 마찬가지다. 동시에 양적으로 일감을 늘리기 위해 경쟁하면서 실사라든지 적정 희망공모가 책정 등 서비스의 질적 개선은 뒷전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

대중의 관심을 끈 소수의 거래만 보고 증권사가 IPO 시장의 과열을 이끌고 있다고 판단하는 건 잘못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파나시아와 퀀타매트릭스 등 일부 새내기주는 공모가가 높다는 이유로 수요예측에서 실패해 상장을 철회했다.

낮은 수수료율이 증권사는 물론 기업과 투자자에게 반드시 이득은 아니라는 점은 이미 자본시장의 많은 선례를 통해 경험한 바 있다. 2012년 수요예측 제도 시행 전까지 실질적인 수수료 수입이 ‘제로’에 가까웠던 회사채 시장이 대표적이다. 증권사들의 저가 수임 경쟁으로 한국의 기업금융 역량은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했고, 글로벌 투자은행(IB)과의 격차는 계속해서 벌어졌다.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키우자면서 정작 경쟁력을 강화할 기회를 맞을 때마다 통제하느라 바쁜 금융당국의 대응이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