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업규제 3법’(공정거래법·상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추진에 더해 기업을 옥죄는 초강력 규제 2개를 추가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 현재 증권 분야에만 적용하는 집단소송제를 모든 분야로 확대하고, 기업이 악의적으로 위법 행위를 했을 때 배상책임을 손해액의 5배까지 물리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한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이를 위한 집단소송법 제정안과 상법 개정안을 내주 초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기업 규제법안을 잇따라 쏟아내는 것은 지난 4·15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여당이 압도적인 과반 의석을 확보한 것과 무관치 않다. 야당의 동의 없이도 단독으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여당 독주체제가 갖춰지자 미뤄놨던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의 몰아치기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주도하는 소위 ‘공정경제’란 명분의 기업규제 입법은 속전속결하려는 모습이 뚜렷하다. 이들 법안은 해외 투기자본에 국내 기업의 경영권을 무방비로 노출시키고, 기업들을 악의적 소송전에 시달리게 할 수 있는 과격하고 급진적인 것들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주주제안을 할 수 있는 자격 요건을 최근 크게 강화한 것과 대조적이다.

정부·여당은 이런 기업규제 입법을 충분한 논의나 여론수렴 없이 군사작전하듯이 밀어붙여 우려를 더한다. 이해당사자인 기업들이 강력히 반대하지만, 여당 원내대표는 가을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호언했다. 그 전에 기업과 전문가의 의견을 듣겠다고 하지만 거대 여당이 ‘법안 통과’를 공언한 만큼 요식절차에 그칠 공산이 크다. 일부 법안은 여당과의 협의도 없이 정부가 강행하고 있다. 집단소송법의 경우 법무부 발표 전에 여당 지도부도 내용을 잘 몰랐을 정도였다고 한다. 이런 식의 ‘과속 입법’은 예기치 못한 파장과 후유증을 낳을 가능성이 높다. 충분한 여론 수렴과 효과 분석 없이 주택임대차 3법을 강행했다가 세입자와 집주인 간 갈등과 분쟁만 유발한 선례도 있다.

법과 제도는 이해당사자와 시장의 수용성을 감안해 점진적으로 바꾸는 게 바람직하다. 기업의 경영권을 위협하고 생사를 좌우할 수 있는 규제법은 더욱 그렇다. 영국이 제도 하나를 바꾸는 데 준비기간을 3~4년씩 주고, 네덜란드가 주택담보대출의 담보인정비율(LTV)을 내릴 때 1년에 1%포인트씩 서서히 내리는 이유도 여기 있다. 지금처럼 글로벌 산업구도와 경쟁환경이 격변하고, 코로나19로 기업의 기초체력이 떨어진 때에는 법·제도의 과격·과속 방향 선회가 더욱 위험할 수밖에 없음을 깊이 성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