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사가 임금의 기본급을 동결하기로 합의한 것은 기본적으로 잘한 결정이다. ‘11년 만의 동결’에 주목하지만 무분규로 타결한 것도 의미가 있다. 임·단협을 진행 중인 다른 자동차 회사는 물론 산업계 전반에 미칠 긍정적 효과도 기대된다.

현대차 노사가 협력·상생 관계로 진일보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면서도, 이번 합의에 선뜻 박수나 응원을 보내기는 쉽지 않다. 무엇보다 장기 불황에 코로나 쇼크가 겹친 복합위기 와중의 무분규 합의가 대단한 용단이라도 내린 것처럼 평가받고 큰 관심사로 보도되는 노사관계 현실이 안타깝다. ‘정상적·상식적·합리적’ 결정이 특별한 것으로 인식될 정도로 그간 노조의 요구·주장에 무리가 많았고, 노사관계 자체가 왜곡돼 왔던 탓이다.

기본급은 동결됐지만, 그에 가려진 합의 내용도 냉철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경영성과급 150% 및 코로나 위기극복 격려금 120만원, 품질격려금 명목의 우리사주 10주(약 180만원 상당)와 상품권 20만원 등 조합원 1인당 평균 830만원씩 추가 지급을 조건으로 한 합의인 것이다. 이 정도라면 극한 대치와 분규가 반복됐던 예년에 비해 사실상 많지 않은 수준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장기 복합불황과 글로벌 자동차산업의 대전환기라는 사정을 감안할 때 결코 적다고 보기도 어렵다.

근본적으로 현대차 노사는 지금의 고(高)임금 구조나 이번 같은 ‘우회 인상’이 생산성에 기반한 것이냐에 대해 냉철하게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위기 와중이라도 신제품 개발을 통한 이익 확대, 원가 절감, 공정 혁신 등 생산성 향상에 따른 고임금이라면 축하받을 일이다. 경제성장과 사회 발전의 길이기도 하다.

유감스럽게도 ‘강성 노동귀족’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현대차 노조가 그런 식의 생산성 혁신을 통해 고임금을 누린다고 보기는 어렵다. 도요타 등 글로벌 경쟁사들과의 비교에서도 고비용·저효율이라는 지적이 한두 차례가 아니었고, 테슬라 등 미래차 경쟁자들과의 건곤일척 싸움에서도 조금도 낙관할 처지가 못 된다. 결국 민주노총의 핵심인 현대차 노조의 ‘노동 기득권’은 그만큼 강력하다는 사실이 거듭 확인된 셈이다.

같은 생산라인에서 일하면서도 임금은 다른 1·2차 협력업체나 무수한 중소기업 종사자, 비정규직들이 어떻게 바라볼지 현대차 노조는 겸허하게 돌아보기 바란다. 차제에 임금협상을 넘어 과도하게 경영의 발목을 잡아온 단체협약도 상식적 수준으로 개선해 노사가 함께 미래차 경쟁에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