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하이일드펀드에 뒷짐 진 금융당국
“정부가 공모주의 개인 몫을 늘려주겠다면서 정작 하이일드펀드의 공모주 우선배정 혜택이 사라지는 것엔 너무 관심이 없어요. 잘 정착한 제도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니 답답합니다.”

최근 만난 한 자산운용사 임원의 하소연이다. 하이일드펀드는 자산의 45% 이상을 신용등급 ‘BBB+’ 이하 채권이나 코넥스 상장기업 주식에 투자한다. 비우량 회사채 시장을 키우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공모주 배정물량의 10%를 먼저 받아가는 혜택까지 있다. 하지만 올 연말이면 이런 매력이 사라진다. 공모주 배정이 일몰제 형태로 도입됐기 때문이다. 분리과세 혜택은 이미 2017년 말에 일몰제로 없어졌다.

금융투자업계는 공모주 우선배정 역시 같은 전철을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몰 기한이 3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연장하겠다는 금융당국의 움직임이 없어서다. 하이일드펀드를 제외하면 공모주 우선배정 제도가 있는 펀드는 코스닥벤처펀드가 유일하다.

한 증권사의 주식 담당자는 “개인이 청약을 통해 공모주 물량을 받아가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간접적으로나마 공모주에 투자할 기회를 주는 하이일드펀드의 순기능을 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초저금리로 갈 곳 잃은 유동성이 공모주 시장으로 대거 밀려들면서 청약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일반청약 경쟁률이 1525 대 1에 달했던 카카오게임즈의 경우엔 증거금으로 1억원을 넣고도 5주밖에 받지 못했을 정도다. “기관투자가에 비해 개인이 너무 불리하다”는 불만이 쏟아지자 정부는 개인에게 돌아가는 공모주 물량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너무 서두르면 부작용이 생길 것이란 우려도 있다. 개인투자자들을 신경 쓰다 보면 공모가격이 지나치게 떨어질 수 있고, 상장 직후엔 개인들의 대규모 매물이 쏟아질 가능성도 있다.

여러 전문가들은 “지난 6년 동안 시장에서 자리 잡은 하이일드펀드의 공모주 간접투자 효과를 간과해선 곤란하다”고 진단한다. 게다가 하이일드펀드의 투자 매력이 떨어지면 비우량 회사채 시장으로도 불똥이 튈 수 있다. 회사채 시장 호황기였던 2017~2019년 ‘BBB+’등급 이하 회사채의 ‘완판’ 행진 뒤에는 하이일드펀드가 있었다. 올 들어서도 하이일드펀드 운용사들은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 등 대형 공모주 청약을 앞두고 적극적으로 비우량 회사채와 전자단기사채를 담았다. 비우량 회사채 시장의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공모주 우선배정이란 ‘당근’이 사라지면 이런 광경도 차츰 자취를 감출 가능성이 높다. 하이일드펀드 운용이 하나둘씩 중단되면 저신용 기업들의 자금 조달은 더욱 험난해질 것이다. 새 대책도 좋지만 시장에 안착한 기존 제도를 이어가는 것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