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시간의 질과 마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바꿔 놓은 일상은 셀 수도 없이 많지만, 대학의 교육 환경도 빠르게 바뀌면서 비대면 강의가 일상화됐다.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과 맥을 같이하는 교육의 매체혁명이 시작된 지는 꽤 오래됐다. 미네르바 스쿨의 온라인 위주 교육 과정, 에드엑스, 코세라와 같은 온라인 교육 플랫폼 등은 이미 상당히 자리가 잡혔으며 앞으로의 발전도 무궁무진할 것이다.

인터넷 강의와 온라인 강의를 혼동하기도 하지만 사실은 천양지차다. 흔히 인강으로 불리는 인터넷 강의는 기본적으로 오프라인 강의를 촬영해서 그대로 온라인에 올리는 것이다. 시간 제약 없이 더 많은 사람에게 지식을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기는 하지만 혁명적인 것은 아니다. 온라인 강의는 전혀 다른 차원의 확장성과 혁명적인 지식 전달의 효율성을 담보한다.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인공지능(AI) 등이 인터넷 강의에 접목되면 어떤 교육이 가능할까. 건축을 전공하는 학생이 설계도면을 그리면 가상이기는 하지만 직접 건물 안을 돌아다니면서 자신의 작품을 점검할 수 있으며, 해부학 실습을 온라인으로 할 수도 있다. AI가 다양한 돌발 상황의 시나리오를 빅데이터 분석으로 만든다면, 현실에서 수십 년이 걸릴 투자 경험을 한 학기 증권투자론 수강만으로 얻을 수도 있다. 지식을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교육매체의 혁명적 변화는 이미 일어나고 있다.

온라인 강의의 문제로 대면 강의보다 효과적이지 못하고 학업 성취도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점 등이 지적된다. 일부 사실이기는 하지만 강의란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는다는 통념에 기인하는 바도 크다. 한때 ‘일과 삶의 균형’이 강조된 적이 있다. 일하는 시간과 여타 시간을 칼같이 나누고 일할 땐 일하고 놀 땐 놀아야 효율적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아마존의 최고경영자(CEO)인 제프 베이조스는 ‘일과 삶의 조화’를 강조했다. 일과 삶에 물리적으로 시간을 어떻게 배분할지보다 시간 활용의 결과를 감안해서 조화를 이루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잠자는 시간을 두 시간 줄여서 일하는 시간을 두 시간 늘린다고 생산량이 늘어난다는 보장은 없다. 수면 부족으로 능률이 떨어져 오히려 생산량이 줄 가능성도 있다.

중요한 것은 시간의 양이 아니라 주어진 시간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는지를 뜻하는 시간의 질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온라인 강의는 대세가 될 것이다. 이 상황에서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스스로의 의지로 공부하는 자기주도 학습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는 ‘마음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적극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런 능력을 키우는 게 매체혁명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