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첫 정기국회가 시작됐지만 입법부의 존재감이 이전만 못하다. 여야 간에 치열한 ‘입법 전쟁’도, 송곳 같은 예산 심의도, 국정감사장에서 정부 각 부처를 향한 ‘한방·한수’ 가능성도 잘 보이지 않는다. 거대 여당의 독주·독선과 기가 눌린 야당의 지지부진이 이유겠지만, 막대한 예산 지출과 숱한 엉터리 정책이 제대로 된 문제 제기도 없이 마냥 흘러갈 판이다.

국회가 ‘초슈퍼 예산’ 지출 내역과 정책 성과를 다 따져볼 역량이 안 되고 의지도 부족하다면 ‘공공일자리’만이라도 최우선으로 제대로 다뤄보기 바란다. 4년째 팽창 예산을 짠 정부는 내년에도 일자리 예산으로 30조6000억원을 배정해 놓고 있다. 심층 평가와 효과 검증도 없이 세금으로 만들겠다는 ‘관제(官製)일자리’가 또 103만 개나 된다.

사실상 내년 예산과 함께 심의되고 있는 4차 추가경정예산에도 엉터리 일자리 예산이 포함돼 있다. ‘희망근로 사업’이라는 2만4000개 공공일자리 예산 804억원이 그렇다. 3차 추경에서 공공일자리라며 배정한 1조2060억원(30만 개)의 현재 집행률이 겨우 21%이고, 연말까지는 불과 석 달 남짓 남았다. 그런데도 중앙정부가 전액 지원하는 공공일자리 예산을 추가로 편성해 지방자치단체의 일자리 따내기 경쟁이나 부추길 판이다.

이제는 ‘공공’을 내세우며 세금으로 만들어 온 관제일자리의 집행 과정 일체는 물론 장·단기 효과를 제대로 따져봐야 한다. 부실한 관제일자리에 대해서는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효율적 재정 집행’을 강조하면서 부작용을 경고했고,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도 “재정적자를 구조적으로 확대하는 요인”이라며 신중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경제 관련 학회 등 국내 전문가그룹의 지적과 비판은 너무도 많아 일일이 인용하기 어려울 정도다. 오죽하면 국회 예산정책처가 3차·4차 추경 편성을 앞두고 연거푸 부정적·비판적 보고서를 내놨겠나.

국회가 이런 비판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3차·4차 추경 항목은 물론 지금까지 관제일자리 만들기에 들어간 예산의 총액과 집행 방식, 효과에 대한 최소한의 분석 없이는 30조원이 넘는 내년도 일자리 예산을 심의할 자격이 없다. 정부도 과연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국민에게 상세히 설명해야 할 책무가 있다. ‘일자리 정부’를 내세우며 ‘1호 정책’으로 일자리위원회를 만들고 청와대에 일자리 상황판까지 설치한 문재인 정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