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민노총의 르노삼성 노조 '치켜세우기'
“지난 2년간 르노삼성자동차 노조는 엄청난 전진을 만들어냈습니다.”

김호규 금속노조위원장이 지난 4일 르노삼성 노조원들에게 보낸 서신 내용의 일부다. 르노삼성 노조원들에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 가입을 독려하기 위한 서신이다. 그는 “금속노조와 함께 희망을 쟁취할 것인지 아니면 초국적 자본이 강요하는 불안 속에서 살아갈지 결심해야 한다”고도 했다. 르노삼성 노조는 오는 9~10일 금속노조 가입을 위한 조합원 총투표를 한다.

김 위원장은 르노삼성 노조원들에게 “초국적 자본의 협박에도 굴하지 않는 기개를 보여줬다”며 “노동의 문제에서 회사와 보수언론의 이야기는 모두 반대로 해석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자동차산업이 전기차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데 대해서는 “생존하기 위해서는 산업정책의 열쇠를 쥔 정부의 목덜미를 잡아야 한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방역을 핑계로 노조의 손발을 묶으려는 자본과 권력의 압박이 날마다 거세지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김 위원장의 발언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나왔다. 당장 ‘엄청난 전진’을 이뤘다는 지난 2년 동안 르노삼성 실적은 곤두박질쳤다. 올 1~7월 생산량은 7만270대로 3년 전인 2017년 같은 기간(15만8358대)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하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닛산 로그 물량이 없어진 탓이다. 당초 프랑스 르노 본사는 로그 수탁생산 계약이 종료되기 전 후속 물량을 배정하려 했지만, 지난해 초 르노삼성의 노사갈등이 심해지자 이를 보류했다. 르노삼성은 소형 SUV XM3의 유럽 물량을 따내려 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올해는 2012년 이후 처음으로 영업손실을 낼 가능성이 크다.

르노삼성 노조원들이 노조 지도부를 중심으로 뭉쳤다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노조원의 파업 참가율은 현 지도부가 취임한 직후인 지난해 초만 해도 80%에 육박했지만, 올초엔 20% 수준으로 떨어졌다. 직원들 사이에서 “지도부의 무리한 투쟁 행보에 지친다”는 말이 계속 나올 정도다. 전기차 전환과 관련해 정부를 압박하자는 제안이나 방역을 핑계로 노조의 손발을 묶으려 한다는 주장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민주노총 가입이 르노삼성 노조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지에 대해서도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들이 많다. 가뜩이나 르노삼성의 노사관계를 우려하는 르노 본사가 민주노총 가입을 빌미로 XM3 유럽 물량을 배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 물량을 따내지 못하면 회사는 인력 구조조정을 해야 할 처지에 내몰릴 수 있다. 그 책임은 과연 누가 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