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이 첨예화하는 가운데 두 가지 뉴스가 눈길을 끈다. 미국과 일본 국방장관이 괌에서 만났는데, 한국이 참석하지 않았다는 소식이 첫 번째고, 일본·호주·인도가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과 협력해 중국 위주 공급망에서 탈피하는 방안을 곧 발표한다는 보도(일본 요미우리신문)가 두 번째다.

이들 뉴스는 모두 미국의 중국 견제와 관련돼 있다. 미국은 경쟁자로 떠오른 중국을 고립시키기 위해 군사적으로는 인도·태평양 전략을, 경제적으로 경제번영네트워크(EPN)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인도·호주 등과 연계해 중국을 견제할 뿐 아니라, 중국 내 글로벌 공급망도 빼내 오겠다는 것이다. 일본은 지난 4월 자국으로 돌아온 기업에 20억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주겠다고 발표하는 등 EPN 설립에 총대를 멨는데, 이에 호주 인도 아세안 등도 동참하면서 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국제질서 격변의 큰 그림에서 상당히 떨어져 있는 게 한국이다. 한국은 몇 년 전부터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해 중도적 입장을 취해왔다. 이번에 미·일 국방장관 회담에 한국이 빠진 것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당초 미국은 한·미·일 3자 국방장관 회동을 제안했지만 정부가 코로나 확산을 이유로 불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한, 대북관계 등을 고려한 결정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중국으로부터의 리쇼어링에도 소극적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 5월 과감한 리쇼어링 전략 추진을 언급했지만, 구체적 지원책은 없었다. 이런 행보는 미·중 사이에서 실리를 추구하겠다는 속내로 보인다. 이에 중국은 시 주석 방한의 운을 띄우는 등 미국 중심의 포위망에서 약한 고리인 한국을 떼어내려는 듯한 모습이다. 문 대통령은 2017년 말 한·중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운명공동체 관계”라고 언급한 적도 있다.

하지만 과거뿐 아니라 현재를 봐도 중국이 신뢰할 만한 파트너인지 의심스럽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가치를 공유하는 미국과 달리 중국은 공산당 일당독재 국가다. ‘홍콩보안법’으로 홍콩의 민주주의를 무력화했고, 남중국해에서 주변국들과 영토 분쟁을 빚는 등 불투명하고 예측불가능하다. 당장 우리도 마늘분쟁을 겪었고 사드 보복을 당했다. 중국은 아직도 한한령(限韓令)을 거두지 않고 있다.

정부의 어정쩡한 자세 속에 한국은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서 점점 고립되는 모습이다. 한·미 동맹에 균열이 생겼다는 관측도 잇따른다. 과거를 돌아보면 중국이 강했을 때 한반도는 수차례 전쟁에 휩싸였지만, 미국과 동맹을 맺은 뒤 한국은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외교적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심축은 확실히 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