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위원 칼럼] 눈덩이 된 사회보험료 부담
사회보험 보장성 강화, 사각지대 해소는 현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다. 4대 사회보험 모두 예외 없이 개혁이 추진됐다. 건강보험은 CT·MRI 진단비용까지 급여항목에 추가됐고, 경증 치매노인도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지원한다.

고용보험의 개혁 방향은 사각지대 해소다. 오는 12월부터 예술인도 가입이 가능해지고, 보험모집인 택배기사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올해 말까지 구체적인 가입 방안을 내놓는다.

산재보험도 예외는 아니다. 통근버스 이외의 교통수단을 이용한 출퇴근 시 발생한 재해도 산재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현 정부 출범 전인 2016년 9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른 것이기는 해도 시행일은 2018년 1월 1일부터다. 국민연금 개혁도 추진됐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논의를 거쳤지만 노사단체 등 가입자와 정부, 전문가들 사이에 의견차가 너무 커 단일안 마련에 실패했다.

소득보다 가파른 보험료 인상

보험 상품은 보장 범위가 넓어지고 급여가 늘어나려면 가입자가 내는 보험료가 오를 수밖에 없다. 사회보험이든 민영보험이든 같은 원리다. 사회연대성이 강조되는 사회보험은 보험료를 조금 더 부담하는 계층이 있을 수 있다. 그래도 결국 보험 운용에 들어가는 전체 비용은 늘어나기 마련이다. 정부로서는 혜택이 확대되는 부분은 가입자인 국민들에게 내세우기 좋아도 보험료 인상 얘기는 그다지 꺼내고 싶어 하지 않는다. 가입자들의 동의를 얻기가 만만치 않아서다.

사회보험료는 단순화하면 ‘소득×보험료율’로 정해진다. 국민이 체감하는 사회보험료 인상폭이 정부가 발표하는 보험료율 인상에 비해 더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임금 상승으로 소득이 늘어나는 만큼 보험료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의 경우 보험료율은 2009~2018년 연평균 2.1% 올랐지만, 1인당 보험료 납부액은 같은 기간 연평균 4.7% 올랐다. 두 배가 넘는다. 경제단체 자료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소비자 물가가 연평균 2.3% 오를 때 사회보험료는 7.6% 올라 세 배가 넘었다.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인상됐지만 사회보험료는 더 많이 올랐다.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의 예를 보자. 2017년 최저임금은 시급 6470원, 월급액 기준으로는 135만2230원이다. 연간 약 1623만원을 받아 4대 사회보험료로 136만원을 냈다. 2020년에는 연간 2154만원을 받아 193만원을 납부한다. 소득이 32.8% 증가할 때 사회보험료는 41.7% 올랐다.

보장성 강화 속도 조절할 때

사업주가 내는 사회보험료도 있다. 노사가 절반씩 부담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산재보험료와 고용보험료 일부는 사업주만 부담한다. 근로자와 사용자 모두 사회보험 가입을 기피하게 되는 원인이다.

사회안전망을 확충해 보장성을 강화하면서 국민 부담을 고려해야 하는 정부의 고충도 이해는 간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제 위기까지 겹쳤다. 실업급여가 늘어나고 건강보험 지출도 늘어났지만 보험료 수입은 오히려 줄었다.

이번엔 소득 증가 추세가 둔화된 게 문제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명목임금 상승률은 연평균 4.0% 수준이었지만 올 1~5월에는 평균 0.5% 증가에 그쳤다. 여행업, 항공업 등 고용위기 업종은 사회보험료를 제때 낼 형편도 되지 않는 기업이 많다. 공약 이행도 중요하지만 가입자들의 부담 능력도 고려해야 할 때다. 정책 추진 속도를 재조정하고 재정 운영 대책을 내놔야 할 때다. 내년에 적용될 사회보험료율을 논의하면서 이런 고민은 찾아보기 어렵다.

js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