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민주당은 급진 좌파 아니다

요즘 미국 민주당은 28년 전 빌 클린턴이 대선 후보로 지명됐을 때와는 매우 다른 모습이다. 당원들은 그때보다 더 진보적이고, 인종적으로 다양하다. 무엇보다도 그 어느 때보다 결집력이 강한 상태다. 갤럽에 따르면 1994년 민주당에서 중도성향 당원은 전체의 절반 정도였다. 진보적이라고 답한 당원과 보수적이라고 답한 사람은 각각 4분의 1 수준이었다. 요즘은 진보라고 답하는 당원이 절반이다. 중도는 3분의 1을 약간 넘고, 보수는 14%다. 반면 공화당은 1990년대부터 이미 보수가 장악했다. 당시 당원의 60%가 보수라고 여겼는데, 지금은 70%를 약간 넘는다.
'중도'서 '진보'로 무게중심 이동
이처럼 두 당은 30여 년간 많은 변화를 겪었다. 다만 민주당의 무게중심이 공화당보다 더 많이 움직였다.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1994년 민주당 당원의 23%가 유색인종이었는데, 지금은 이 비중이 40%로 증가했다. 1996년 대졸 이상 학력 비중은 민주당 22%, 공화당 27%였다. 지금은 각각 41%, 29%다. 같은 기간 민주당에서 대졸자 백인의 비중은 19%에서 28%로 증가했다. 반면 공화당은 대학을 나오지 않은 백인 당원이 57%에 달한다.

여성과 종교, 지역적인 변화도 눈에 띈다. 1994년 공화당 여성 당원 중 대졸자 백인 비중은 절반이었는데 지금은 30%대로 줄었다. 공화당은 백인 기독교 신자가 더 많아졌고, 민주당에서는 무교인 사람이 늘었다. 민주당은 농촌보다 도시에서 지지율이 높다. 도시에서 민주당의 하원 의석 점유율은 1992년 41%에서 2018년 60%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농촌에서의 하원 점유율은 24%에서 5%로 급감했다.

대부분 민주당원은 혁명가보다는 개혁주의자에 가깝다. 이들은 사회주의를 확립하려는 게 아니라 자본주의를 개선하고자 한다. 또 모든 미국인이 성장의 결실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미국인이 의료 서비스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동맹과 국제기구가 미국의 이익 증진에 도움을 준다고 믿는다. 이런 견해는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급진적인 시각은 아니다.
중도좌파 개혁성향이 주류
다만 민주당은 1992년보다 더 왼쪽으로 기울었다. 연방정부 규모를 확대하고 기업과 부유층에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할 것이다. 강력한 규제가 경제성장 및 혁신과 양립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여성과 인종, 성소수자, 장애인 등 모든 사람의 평등에 그 어느 때보다 집중하고 있다. 민주당은 경제 문제보다 사회·문화적인 문제에서 더 단결돼 있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의 외교정책 구상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찰을 빚겠지만 대부분 ‘원상회복’을 위한 것이다. 민주당은 파리기후협정, 세계보건기구(WHO), 이란 핵협정에 다시 참여하려고 한다. 유럽 및 아시아 국가와의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한국 및 독일과의 관계가 방위비 분담 문제로 발목 잡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중국을 경계하지만 냉전을 바라지 않는다. 민주당은 여러 후보 중 바이든을 선택함으로써 중도좌파 개혁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트럼프 캠프는 민주당의 개혁성향보다 급진주의 성향을 공격할 것이다. 민주당의 어떤 성향을 더 신뢰할 만한지는 유권자들이 결정할 것이다.

정리=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이 글은 윌리엄 갈스톤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의 ‘Democrats Move Left, but the Center Holds’를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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