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72의 법칙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전 세계 경제가 몸살을 앓고 있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등 대부분의 국가가 대공황에 버금가는 마이너스 경제성장률을 경험하고 있다. 마이너스 성장률과 저물가·초저금리는 지금 전 세계 경제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가를 말해준다. 과거 우리 경제가 누렸던 고도성장의 성과가 얼마나 대단한 것이었던가를 생각하면 새삼 숙연해지기도 한다.

아인슈타인이 제시한 ‘72의 법칙’이 있다. 복리로 자산이 두 배로 늘어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간단히 계산하는 방식으로, 72를 수익률로 나누면 원금의 두 배가 되는 기간을 산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고도성장기인 1970년대부터 2000년까지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거의 10%였던 시기에 72를 수익률 10으로 나누면 7.2년 후에는 국민소득이 두 배가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평균적으로 7.2년이라는 얘기인데 3~4년 혹은 2~3년 만에 두 배가 된 사람들도 만나볼 수 있다. 단기간에 원금의 두 배로 불어나는 ‘대박’을 만나는 경우나 대박 사업을 영위하는 경우가 흔히 있었다. 2000년 이후는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2% 정도라고 하면 72÷2=36 즉, 36년이 돼야 평균적으로 두 배로 불어난다는 얘기가 된다. 평생 사회생활을 해 퇴직할 때쯤 나라경제가 두 배가 겨우 된다는 계산인 것이다.

이웃 나라인 중국은 6% 정도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해 왔다. 72의 법칙으로 계산하면 중국 경제는 12년이면 두 배가 된다는 결과가 나오는데, 중국에서 보면 한국은 아주 느리게 움직이고 있고, 한국에서 중국을 바라볼 때는 중국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듯하다.

성장률은 상대적이다. 한국의 화장품산업은 과거 10여 년에 걸쳐 전통적인 내수산업에서 수출산업으로 탈바꿈하며 성장산업으로 올라섰다. 치열한 내부 경쟁을 통해 혁신 제품을 출시하며 수출산업으로 전환했는데, 이로 인해 성장률이 높아지고 시장 규모는 폭발적으로 커졌다. 이렇게 성장하던 화장품산업이 이제 전환기에 접어들었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산업적 변환을 도모해야 한다. 과거 10여 년에 걸친 혁신으로 K팝 등과 시너지를 일으키면서 해외로 진출했듯이 또 다른 혁신이 절실한 때다.

추가적인 혁신이 투여되지 않고 현재의 경제성장률과 같은 성장에 머무른다면 앞으로는 두 배 성장도 보기 힘들 것이다. 다행히 디지털로 무장한 화장품업계 혁신가들이 다양한 SNS를 활용한 마케팅 활동과 함께 새로운 브랜드를 내놓고,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메기효과’를 내며 시장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메기를 넣으면 수조 속 물고기의 움직임이 빨라지듯 화장품업계 혁신기업들이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고 한국 경제 전체에 활력을 줘 ‘72의 법칙’에 따라 경제가 두 배로 커지는 기간이 짧아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