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인 미래통합당 지지율이 3년9개월 만에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앞질렀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리얼미터의 지난 10~12일 조사에 따르면 통합당 지지율이 36.5%로, 민주당(33.4%)을 3.1%포인트 앞섰다. 통합당 지지율이 민주당을 웃돈 것은 새누리당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국면이었던 2016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통합당이 4·15 총선 참패 후 짧은 기간에 역전에 성공한 데에는 중도층과 호남을 잡기 위한 노력이 일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진보좌파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기본소득 이슈를 선제적으로 제기해 주목을 끌었고, 여당보다 먼저 전남 구례 수해현장을 찾아 호남에서 점수를 땄다. 정부가 머뭇거리는 새 재난지역 지원을 위한 4차 추가경정예산 편성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그 결과 중도층 지지도가 통합당 39.6%, 민주당 30.8%로 10%포인트 가까이 벌어졌으니 내부적으로 반색할 만도 하다.

하지만 ‘우리가 잘해 민심이 돌아온 것’으로 여긴다면 큰 오산이자 오판이다. 지지율 역전의 근본요인이 정부·여당의 잇단 부동산정책 실패, 반(反)시장·위헌적 입법폭주 같은 ‘헛발질’에 있음은 대다수 여론조사 업체들이 지적하는 바다. 통합당은 21대 국회 개원을 전후로 “치열한 정책 대결로 승부하겠다”(주호영 원내대표)고 누차 강조했지만, 국민 공감을 얻은 윤희숙 의원의 ‘5분 연설’을 빼면 성과라고 내세울 게 없다. 여당 독주에 무력하기만 한 야당 동정표 정도로 봐야 할 것이다. 한국갤럽 조사(4~6일)에서 ‘통합당이 야당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나’라는 질문에 69%가 ‘잘 하고 있지 않다’고 답한 결과도 있다.

통합당이 어제 공개한 정강(政綱)정책 초안도 그렇다. ‘열린 기회’ ‘약자와의 동행’ 같은 미사여구를 나열하고 세계적으로 성공사례가 없는 기본소득을 첫째 과제로 내세우면서 경직된 노동구조 개혁, ‘갈라파고스 규제’ 혁파 등은 쏙 뺐다. ‘폭주하는 여당의 대안’을 자처한다면 마땅히 짚어야 할 내용이다.

통합당 스스로도 “잡음만 안 일으키면 된다”(김종인 비대위원장)는 식으로 정부·여당 실수만 기다리고 있음을 인정하는 판이다. 하지만 이는 상대편이 실수를 줄인다면, 언제든 민심이 돌아설 수 있다는 얘기도 된다. 유능한 정책정당으로 환골탈태해 국민 신뢰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전국단위 선거 4연패의 악순환 고리를 끊기 어렵다. 여당의 헛발질에 따른 반사이익만 기대해선 안 된다는 것을 통합당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