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장마에 예보 번번이 틀려
어물쩍 넘어가려는 태도가 문제

정지은 지식사회부 기자 jeong@hankyung.com
[취재수첩] 올해도 불신 키운 기상청 예보

“‘기상청은 매번 틀린다’는 말이 가장 뼈아픕니다.”

김종석 기상청장이 지난 6월 기자와 만났을 때 한 얘기다. 기상청의 예보 정확도가 국민이 기대하는 수준에 못 미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기상청은 이번에도 ‘불신 논란’에 휩싸였다. ‘중계청’이나 ‘오보청’이란 굴욕적인 별칭까지 확산되고 있다. ‘역대급’ 장마로 기록될 올여름 장마를 초반부터 제대로 내다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상청은 지난 5월 “7월 말 장마철이 끝나고 8월 중순 무더위가 절정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상은 달랐다. 장마철이 8월 중순까지 이어지면서 예상보다 기온이 올라가지 않았다. 남부지역을 ‘폭우 공포’에 몰아넣은 태풍 ‘장미’의 소멸 시점도 기상청 예상과 달랐다. 주요 지역의 예상 강수량은 실제와 동떨어진 사례가 잇따랐다. 장마 기간은 물론 태풍 소멸 시점, 강수량 등 여름철 중요 기상 전망을 어느 하나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것이다.

기상정보가 국민의 생활과 안전에 미치는 영향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폭우나 폭염을 예방하도록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이 크다. 이 기본적인 역할에 대한 신뢰가 갈수록 떨어지는 것은 가볍게 여겨선 안 될 문제다. 놀이공원이나 골프장 등 레저산업은 물론이고 물류업계 등에 주는 타격도 작지 않다.

비판이 커지자 기상청은 “예측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해명했다. 기상환경이 워낙 변화무쌍해져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지구 전체의 기온이 오르면서 기상 변수가 많이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기상청 내부에도 속사정은 있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 예측 장비에 대한 투자가 많지 않다는 게 대표적이다. 기상청 직원은 “3면이 바다라 해양환경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이 높은 데 비해 관측장비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데이터가 부족한 탓도 있다. 유럽은 수십 년간 독자적인 수치 모델을 이용해 데이터를 축적하고 연구 중이다. 한국은 최근에야 독자적인 수치 모델을 구축했다.

이런 기상청의 고민을 외부에선 모른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장비나 연구 인력이 부족하다면 그 문제를 알리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어야 한다는 얘기다. 매번 ‘잘못된 예보’에 대한 문제 진단 없이 지나가면서 ‘중계청’이란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 대학교수는 “예보가 빗나간 이유를 분석하고 고민하는 과정이 더 중요할 수 있다”고 했다. 이대로 또 어물쩍 넘어가다간 기상청에 대한 신뢰는 더 바닥으로 떨어질 수 있다. 오죽하면 기상청 앱을 지우고 노르웨이 기상청 예보를 들여다본다는 사례가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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