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P2P 시장서 투자자가 속을 수밖에 없는 이유
지난 6월 개인 간(P2P) 대출 투자자가 모여 있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가 술렁였다. 본지가 유명 P2P 업체 블루문펀드의 돌려막기 의혹을 폭로하면서다. 연 15%가 넘는 이윤을 보장하면서도 수년간 부실 없이 운영된 업체였기에 투자자들은 더욱 혼란스러워했다.

기사가 나간 이후 블루문펀드는 이 커뮤니티에 해명문을 냈다. “경쟁 업체와 한통속인 기자가 쓴 추측성 보도”라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의혹을 해소할 어떤 근거도 없었다. 경쟁 업체가 블루문펀드에 악의적인 감정을 갖게 된 그간의 상황들을 나열하는 내용뿐이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여론의 흐름은 순식간에 바뀌는 듯했다. “블루문을 믿고 신뢰합니다” “차분히 사태를 헤쳐나가는 블루문과 블루문 투자자들 대단합니다” 등의 댓글이 줄지어 달렸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이는 블루문펀드 직원들의 조작이었다. 해당 댓글을 단 아이디로 블루문펀드 관계자를 자처하며 기사에 대해 해명하고 나아가 투자 독려 글까지 올렸다. 투자자들은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블루문펀드 신규 상품에 투자금이 다시 모이기 시작했다. 보도 이후 블루문펀드의 누적대출액은 100억원 더 늘었다.

그로부터 두 달 남짓. 업체 대표는 잠적해 버렸고, 투자금액 상환도 불투명해졌다. 피해자들은 이미 사라진 대표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블루문펀드의 이 같은 여론 조작이 통할 수 있었던 근본적 원인은 P2P 투자 시장의 비대칭적인 정보 유통 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P2P 업체들은 투자 상품 관련 정보 공시 의무가 없다. 투자자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은 업체가 마음만 먹으면 여론을 조작할 수 있는 이 커뮤니티뿐이었다.

블루문펀드는 이와 같은 비정상적 상황을 이용해 지난 몇 년간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이를 바로잡지 못한 금융감독원도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하지만 사기 행위가 있는지 사후 검사하는 금감원의 역할에는 한계가 있다. 오히려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이를 토대로 투자자들 사이에서 자정작용이 일어나 건강한 업체만 살아남는 투자 시장을 만들지 못한 법체계의 허점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이런 문제의식에 국회는 지난해 말 P2P 업체에 공시 의무를 지우는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내년 8월까지 유예기간을 둔 뒤 본격 시행된다. 하지만 이미 블루문펀드를 비롯해 팝펀딩, 넥스리치펀딩의 부실이 터지며 많은 사람이 투자금을 날릴 위기에 처했다. 더 많은 부실 업체가 나올 것이란 관측도 있다. 왜 외양간은 언제나 소를 잃어버린 이후에나 고쳐지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