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코로나發 위안화 강세에 대비할 때
달러 가치가 연일 내리막이다. 주식, 금, 은, 원유 등 자산 가격 상승세와 극명하게 엇갈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던 3월 급등한 달러 인덱스는 7월 한 달 하락폭이 5%에 달했다. 10년 만의 최고치다. ‘달러 위기론’마저 나오는 배경이다.

일각에서는 기축통화로서의 달러 지위에 의문을 던진다. 코로나 사태 악화로 경기 부양정책을 계속하려면 유동성을 더 공급해야 한다. 여러 악재 속에 달러는 추가 하락할 수 있지만 당장 충격적 변화가 올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달러는 글로벌 보유 외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0%를 넘는다. 미국 밖에서 이뤄지는 무역의 20%가 달러로 거래된다. 위안화가 단기간에 급부상할 가능성도 미미하다. 세계 중앙은행의 보유 외환 중 위안화 비중은 2%에 그친다.

그럼에도 중국의 행보에서 주목해야 할 움직임들이 있다. 중국은 지난 5월 쑤저우·선전·시안·청두·슝안신구 등지에서 비공개 디지털 위안화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중국 최대 음식배달 앱인 메이퇀은 물론 맥도날드, 스타벅스도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 사태 이후 일취월장한 중국의 온라인 플랫폼들이 디지털 위안화에 본격 참여한다면 앞으로 파장이 더 커진다. 당장 중국의 움직임에 자극받아 일본이 하반기 경제정책 운용계획에 디지털 엔화 도입 방침을 결정했는가 하면 미국 중앙은행(Fed)도 자체적으로 디지털 화폐를 연구하고 있다.

7대 석유 메이저 가운데 하나인 영국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은 지난달 중국에 원유 300만 배럴을 팔면서 위안화를 받았다. 머큐리아도 같은 물량을 중국에 보내고 위안화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 사태로 글로벌 원유 수요가 급감한 상황에서 다른 나라보다 생산 부문을 먼저 회복한 중국이 위안화 거래를 요구한 결과라고 한다. ‘페트로 달러 체제’에 변화를 예고한다. 먼 훗날의 일로만 여겨졌던 위안화의 국제화 시기가 예상보다 빨리 다가올 수도 있다.

시야를 좀 당겨보자.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달 말 연일 위안화 절상을 고시했다. 코로나 위기 속에 상반기 대부분의 시기를 이른바 ‘포치’(달러당 7위안 이상으로 하락) 속에 심한 등락을 보인 뒤 달러당 6위안대로 돌아왔다. 위안화 가치가 상승한 것이다. 이런 추세가 계속될까? 세 가지 측면에서 접근해볼 수 있다.

첫째, 코로나 상황과 경제 펀더멘털이다. 중국은 강력한 봉쇄조치로 생활과 경제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전염 통제와 경기 반등에 성공했다. 이는 미국의 고전과 대비되면서 위안화 환율 강세 요인이 된다. 둘째,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다. 코로나 위기 대응 과정에서 대대적인 양적완화 정책을 펼친 주요국과 달리 중국은 통화 공급에 신중하며 재정정책에 무게를 뒀다. 과거 아시아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때 대대적인 통화정책으로 유동성 과잉과 부동산 버블, 좀비기업 연명과 구조조정 지연 등의 부작용을 경험한 데서 얻은 교훈이다. 이 또한 위안화 환율 지지 요인이다.

셋째는 미·중 관계다. 미국 대선이 다가오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계속 중국 카드를 내놓을 공산이 크다. 미국의 압박은 위안화에 평가절하 요인이 된다. 최근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을 폐쇄했을 때 일시적으로 그런 상황이 나타났다.

위안화 환율은 이 세 가지 측면이 복합 작용해 일정 범위 내에서 등락하며 전반적으로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위안화 강세 시기를 대비해 한·중 관계의 여러 경제 이슈를 폭넓게 점검해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