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이 어려운 질병 노인에게 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보험 제도인 장기요양보험이 고갈 위기에 처했다. 적립금이 0.8개월치에 불과하다는 소식이다. 그 달에 걷어 그 달에 겨우 지급하는 수준이어서, 언제 펑크날지 모를 아슬아슬한 상황이다. 수년 내 연 10조원대 적자가 예상된다는 분석까지 나오자, 정부는 급기야 내년 장기요양보험료율을 10~15% 올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건강보험료에 일정비율(올해 10.25%)을 곱해 부과하는 장기요양보험료는 최근 3년간 실질 인상률이 73.6%에 달하는데 또 두 자릿수 인상이 예고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고용보험, 건강보험, 산재보험, 국민연금 등 5대 사회복지 모두 재원 고갈로 치닫고 있다. 고용보험은 월 지출액이 지난 5월부터 1조원대로 불어나, 말 그대로 ‘밑 빠진 독’이다. 3년 전 10조원대에 달했던 적립금이 이제는 ‘연내 고갈’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걱정하는 처지다. 건강보험도 심각하다. 문재인 케어가 시작된 2018년부터 적자전환한 건강보험은 2년 연속 3조원대 적자를 냈다. 올해도 적자가 유력하다.

산재보험은 아직 흑자지만 지난달부터 ‘특수고용직 산재보험’ 적용대상이 크게 확대돼 지출 급증이 불가피하다. 노후보장 핵심인 국민연금 고갈시기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2018년 추정 시 2057년이던 고갈시점은 최근 2054년으로 3년 앞당겨졌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아무 대책 없는 정부의 행태다. 보건복지부는 장기요양보험 재원대책을 세우기는커녕 최근 수년간 적자를 은폐해 왔다. 결국 적절한 요율 인상마저 실기해 사회안전망의 구멍을 더 키운 셈이다. 고용보험도 근본대책은 뒷전인 채 올해 3차 추경 때 3조1000억원의 빚(국채 발행)을 내 적자를 메우는 ‘땜질 대책’에 급급한 실정이다.

가뜩이나 세금과 준조세가 올라 지난해 국민 1인당 국세·지방세·사회보장기여금 납부액(1014만원)이 처음으로 1000만원 선을 넘었다. 기업들의 준조세가 법인세 납부액의 89%에 달한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여기에 국민과 기업이 부담하는 사회보험료가 줄줄이 더 오르게 생겼다. 부실 임계점에 이른 사회보험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개혁을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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