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수도권에 총 13만 가구 이상을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8·4 공급대책’은 당초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규모여서 주목을 끌었다. 하지만 정부·여당이 어떻게 숫자를 늘릴지에만 골몰해 이해 당사자들과의 협의를 외면하는 바람에 발표 이틀도 안 돼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새로 발굴한 택지 관련 정보가 새면 주변지역 집값을 자극할 수 있는 만큼, 당정이 보안을 유지하며 대책을 마련한 것은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지역사정을 가장 잘 알고, 인허가권을 가진 지방자치단체장들조차 관련 내용을 전혀 모른 채 대책이 발표되는 바람에 출발부터 스텝이 꼬여버렸다.

정부과천청사 부지에 4000가구가 들어서게 된 과천시는 김종천 시장이 “정부 계획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청사 앞마당에 천막 시장실을 설치했다. 태릉골프장이 있는 서울 노원구민들은 집회를 열어 “대책 철회”를 요구할 계획이다. 가뜩이나 서울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미래통합당에 밀리는 등 민심이반을 겪는 와중에 주민들의 반발이 계속 심화되면 당정이 사업을 밀어붙이기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공공재건축 사업도 철저히 외면받고 있다. 재건축을 틀어막은 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 상한제 같은 규제를 그대로 놔둔 채 용적률 및 최고층수 확대로 발생하는 개발이익을 몽땅 가져가겠다니 응하겠다는 조합이 거의 없다. 특히 공공재건축은 정부가 공급확대 효과가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되는 서울시의 민간주도 재건축 안을 걷어차고 고집한 방식이어서 더욱 결과에 따른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목표 공급량 중 10만3000가구를 책임질 신규택지 개발과 공공재건축이 벌써부터 삐걱거리는데 정책 실효성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시늉만 했을 뿐 애당초 공급 확대엔 관심 없었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여당에서 “재건축 조합원들이 정부정책을 수용해 새 집에 빨리 들어가서 사는 게 현명한 방법”(이원욱 의원)이라는 협박성 발언까지 나오는 것은 의심을 확신으로 바꾸는 대목이다. 다주택자인 청와대 참모조차 ‘더 똘똘한 한 채’에 집착하고 시세보다 높게 매물을 내놓는 게 인간의 자연스런 본성이다. 이를 충분히 이해하고 정교하게 정책을 수립해도 집값 안정을 기대하기 쉽지 않은 마당에, 불로소득 환수만 외치고 있으니 국민은 정부의 ‘진짜 의도’를 묻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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