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어제 임시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시행에 들어갔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임대차보호법을 즉시 시행한다”고 했다. 총리 말처럼 전세시장은 임대차보호법이 거론된 이후 큰 혼란을 빚고 있다. 법이 시행되면 전셋값을 올리기 어렵다고 본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내보내고, 임대료를 올려 서울의 전셋값이 1∼2개월 새 최대 수억원씩 급등했다. 거대 여당이 국회법에 규정된 소위원회 법안심사, 축조심사, 찬반토론도 건너뛴 채 이 법을 벼락치기로 통과시킨 무리수를 둔 것도 이런 ‘시장의 반격’에 놀란 탓일 것이다.

하지만 정책이 나오면 시장은 대책을 마련한다. 집주인들은 임대차보호법을 피해갈 ‘묘수’를 짜내고 있다. 보상금을 주고 세입자를 내보낸 뒤 다음 세입자에게 그만큼 더 받는 것이 인터넷 등에서 많이 회자되는 방식이다. ‘세입자와 합의해 보상할 경우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는 규정을 이용한 것이다. “기존 세입자가 전세대출을 연장할 때 동의해 주지 않겠다”는 집주인도 많다. 세입자는 세입자대로 집을 비우는 조건으로 ‘웃돈’을 요구하는 식으로 대응한다. “실거주 목적으로 들어온 집주인이 진짜로 사는지 감시할 것”이라는 세입자들도 있다. 집주인이 직접 거주하지 않으면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전쟁터’가 따로 없다.

현실이 이러니 법이 시행돼도 당정 의도대로 혼란을 잠재우기는 어려워 보인다. 도리어 꼼수가 속출해 주거여건이 악화되고, 집주인·세입자 간 갈등은 심해질 공산이 크다. 강력한 임차인보호법이 있는 독일에선 임차인이 두 달 연속 월세 체납 등 몇몇 예외만 피하면 계약을 무한정 연장할 수 있다. 그 결과 시장에 매물이 나오지 않아 임대료가 급등하고, 임차인은 집주인에게 3개월치 통장내역 등을 내고 면접까지 봐야 하는 실정이다.

한국에만 있는 전세제도는 집주인의 주택 구입 부담을 덜어주고, 세입자에겐 내집마련까지 저축할 시간을 벌어주는 순기능을 해왔다. 한국에 살아본 외국인들도 “이렇게 유익한 제도가 있냐”고 놀라워할 정도였다. 서민의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해온 전세제도가 ‘약자 보호’라는 미명 아래 강행된 임대차보호법 탓에 엉망이 돼가고 있다. 그제 국회에서 나온 “민주당은 민생 역사에 오래 기억될 것”(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이란 일침이 얼마나 무서운 경고인지 여당은 아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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