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뉴스 매체를 보면 활짝 웃는 여당 국회의원 혹은 장관의 모습을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여권 의원 7명이 테이블에 둘러앉아 파안대소하는 사진이다. 사진 뒤쪽에는 대전 지역 물난리 상황을 전하는 TV 뉴스 속보가 전해지고 있지만 다들 즐겁기만 한 모습이다. 대전은 사진 속 인물 중 한 명인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대전 중구)의 지역구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환하게 웃으며 동료 의원과 주먹을 마주치는 사진도 이목을 끌었다. 전·월세상한제 등을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상임위원회에 상정한 지 이틀 만에 본회의까지 열어 벼락치기로 통과시킨 뒤 자축하는 모습이다. 국회에 출석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해맑은 미소를 띤 사진도 요 며칠 미디어를 탔다.

찌푸린 얼굴보다는 웃는 낯이 낫다고 하지만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은 편치 않다. 아니 많이 불편하다. 수해로 목숨을 잃은 사람도 있고,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는 부동산 실정(失政)으로 급기야 촛불까지 든 국민도 있다. 경제는 급전직하요, 코로나는 진정될 기미가 안 보인다. 검찰개혁이라는 명분 아래 정권수사에는 온갖 재갈이 물려졌고 검찰총장은 허수아비가 됐다. 나라 안팎에서 공직자들의 성추행 시비도 끊이질 않는다. 국민은 도대체 이들이 왜 웃는지 납득할 수가 없다.

176석이라는 절대 다수로 국회를 장악해, 준법절차를 무시하고 야당을 능멸하면서 위헌 논란에도 아랑곳 않고 맘대로 법을 뜯어고치는 것을 자랑이라도 하고 싶은 것인가. 범여권 정당인 정의당조차 “국회가 민주당 의총이냐” “국회가 ‘통법부’가 됐다”고 한탄하는 마당이다. 불과 석 달 반 전 총선 압승 직후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겸손한 자세로 민심을 살피고 행동 하나도 각별하게 하겠다”던 민주당은 지금 어디에도 없다. 오만과 독선, 폭주와 안하무인이 있을 뿐이다.

“나라가 니꺼냐” “민주당 독재당” 같은 말이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오르는 이유를 정작 청와대와 정부·여당만 모르는 것 아닌가. 아니면 애써 웃음으로 현실을 덮어버리려고 하는 것인가. 정치의 기본은 국리민복(國利民福)과 부국강병(富國强兵)이다. 하지만 지금 여당의 정치는 나라에 이롭지도, 국민을 행복하게 하지도 못한다는 불만이 점점 커지고 있다. 국부는 쪼그라들고 국방마저 흔들린다. 그런데도 웃는다. 그리고 거대 여당이 웃을수록 국민은 자꾸만 울게 된다. 국내 첫 코로나 사망자가 발생한 날, 청와대에서 짜파구리 파티를 벌이며 파안대소하던 대통령 내외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