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코로나發 '자전거 대란'

자전거업계가 유례없는 호황이다. 입문자들이 살 만한 100만원 미만의 자전거는 매장에서 거의 바닥났다. 가성비가 뛰어난 제품은 여러 대리점에 전화를 돌려도 “아마 못 구할 것”이라는 답이 돌아오기 일쑤다. 미국 유명 브랜드 매장조차 산악자전거(MTB)가 오는 10월이나 돼야 입고될 것 같다고 한다. 예년 같으면 재고상품 할인도 있었지만, 지금은 눈을 씻고 봐도 없다. 중고 매물이 신제품 가격으로 버젓이 SNS에 올라올 정도다.

국내 자전거 시장은 경기 침체, 따릉이 등 공유자전거 확산, 미세먼지 등으로 2016년부터 급속히 위축했다. ‘다 죽게 생겼다’던 업계가 4년 만에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 메이커인 삼천리자전거 주가는 지난 5월 6000원대에서 지금은 1만2000원대로 거의 두 배로 뛰었을 정도다. 자전거 붐은 해외에서도 일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NPD에 따르면 지난 5월 미국 자전거 매출은 1년 전보다 81% 증가한 11억달러를 기록했다. 덩달아 자전거 도둑도 기승이다. 뉴욕경찰에 따르면 올해 자전거 도난 사건이 전년보다 18% 증가했다.

자전거의 인기가 올라가는 것은 코로나 감염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전한 레포츠로 인식되고 있어서다. 수요 급증은 세계적으로 자전거 품귀를 불렀다. 세계 자전거 공급을 대부분 담당하는 중국과 대만의 공장이 코로나로 가동을 멈췄다가 최근에야 생산을 재개한 영향이 컸다. 최고급 제품을 제외하고는 매장 진열대가 텅 빈 것은 국내외가 비슷하다.

그렇게 팔려나간 자전거들이 한강 자전거길로 몰리고 있다. 자전거까지 운송해주는 택시가 등장하는가 하면, 전기자전거 배터리 충전기를 설치하는 주유소도 생긴다고 한다. 공유경제로 100여 년 만에 다시 관심을 모은 자전거가 이제는 ‘비대면 시대의 총아’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자전거 관련 뉴스도 눈에 띄게 많아졌다. 서울시는 세종대로 1.5㎞ 구간의 1~3개 차로를 보행길과 자전거도로로 바꾸기로 했다. 청소년과 노인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작고 가벼운 따릉이’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슬로 라이프를 위해 자전거를 찾는 사람이라면 자전거 품귀에 조바심낼 일은 아니다. 진득하니 기다릴 줄도 아는 게 ‘자전거 부활’이 전하는 메시지일 터다. 그러다 인연처럼 자신에게 꼭 맞는 자전거를 만나면 행운으로 여기면 되지 않을까.

장규호 논설위원 danielc@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