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동차산업의 노동생산성이 세계 꼴찌 수준이라는 분석은 충격적이다. 한국생산성본부가 그제 한 포럼에서 발표한 한국의 평균 노동생산성(근로자 1인이 연간 생산하는 부가가치)은 9만3742달러로, 독일(17만8867달러)의 절반에 그쳤다. 미국 프랑스 스페인 멕시코 등 주요 자동차 생산국에도 뒤져 한국이 최하위였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신규 공장 입지를 정할 때 한국은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국의 노동생산성이 낮은 주된 이유는 강성 노조 탓이다. 급변하는 수요에 따라 생산량을 원활하게 조절해야 하는데, 국내 자동차 회사는 노조 동의 없이 물량을 늘리거나 줄일 수 없다. 시장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다 보니 부가가치가 낮을 수밖에 없다. 노조가 매년 임단협 때마다 무리한 요구안을 내놓은 뒤 회사가 수용하지 않으면 파업하는 게 연례행사처럼 돼 있다. 이런 환경에서 자동차산업의 생산성이 높아질 리 만무하다.

세계 최하위의 노동생산성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한국 자동차업계는 존폐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지금 글로벌 자동차업계는 전기차 자율차 등 미래자동차로 생산구조를 급속히 바꾸며 사활을 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런 마당에 가솔린 자동차 시대의 생산라인에는 손도 못 대고, 생산물량마저 노조 허락을 받아야 하는 한국 회사들이 경쟁력을 갖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미래차 경쟁에서 탈락한다는 것은 회사가 존속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불행한 미래를 맞지 않으려면 노조부터 변해야 한다. 노사가 운명공동체라는 인식을 갖고 좀 더 유연해져야 한다. 노조는 시장 수요에 따른 생산량 조절에 협조하고, 전기차 등으로의 생산라인 전환도 회사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 매년 갱신하는 임단협의 주기를 2년 이상으로 늘리고, 불법 파업에 대해선 회사 측의 대체근로를 허용하는 법 개정이 절실하다. 그래야 노동생산성 꼴찌라는 오명을 벗고 회사와 근로자가 상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