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양적 확충에 연연하지 말고
장기 성장기반 다질 수 있도록
시장친화적 정책에 초점 맞춰야"

김소영 <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
[시론] '한국판 뉴딜' 선택과 집중 필요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 2분기 성장률은 전기 대비 -3.3%로 -1.3%였던 1분기보다 더 하락했다. 1분기에는 국내에 코로나19가 창궐함에 따라 소비가 급락했던 반면, 2분기에는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수출과 투자가 감소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향후 전망도 낙관적이지 않다. 국내 코로나 사태는 지난 3월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어려울 정도고, 세계적으로는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있어 수출 회복을 기대하기도 힘들다. 중국 경제는 반등하고 있으나 미국, 유럽 등은 여전히 어렵다. 2분기에 손실을 본 자영업자, 기업 대부분이 3분기에 충분한 플러스 이윤으로 전환되지 않는 이상, 고용 상황도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그나마 반등요인으로 손꼽을 수 있는 것은 3차 추경의 효과다. 3차 추경은 35조1000억원에 달해 분기 국내총생산(GDP) 대비 7% 이상의 상당한 규모다. 향후 3개월간 75%를 집행한다고 하는데, 전부 집행된다면 어느 정도 효과를 예상할 수 있다. 아쉬운 점은 3차 추경에 경기활성화 효과가 크지 않은 항목도 많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여러 의미에서 필요한 항목을 편성했겠지만 코로나 사태로 인해 경기가 급강하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것에 집중하는 지혜가 필요했다. 코로나 사태가 지속될 것이란 판단 아래 좀 더 경기 활성화 목표에 집중했다면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을 텐데, 현재대로라면 올해 플러스 성장을 기록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물론 당장의 코로나 사태 대응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의 장기성장 문제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한국판 뉴딜’의 목적은 어느 정도 공감이 간다.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한국 경제의 장기 성장 여력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었고, 이를 회복하기 위한 혁신과 기술 발전이 필요한 상황이다. ‘디지털 뉴딜’은 그런 목적을 이루게 해 줄 가능성이 크다. 그린 뉴딜과 안전망 강화는 장기적으로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판 뉴딜은 대대적인 정부 주도 전략인데, 그런 전략이 오래전에 개발도상국을 넘어섰고 신흥국도 넘어서고 있는 한국 경제에 적합할지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1960~1970년대에 걸친 한국의 정부 주도 개발정책은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는데, 이는 한국에 제대로 된 시장경제가 형성되기 이전 일이다. 이미 복잡한 시장경제로 진화한 한국 경제에 시장친화적이지 않은 정부 주도 정책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 의문이다. 사실 기존 정책 중 상당수는 시장 경제의 원리와 상충되면서 여러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190만 명 고용창출이라는 목표도 걱정되기는 마찬가지다. 190만이란 숫자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효율적이고 생산적이며 질이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190만이란 일자리 개수에 매달려 비효율적이고 비생산적인 일자리를 양산한다면 경제 성장률은 더욱 낮아질 수 있다. 경제 전체적으로 보면 국민은 더 많은 일을 하게 되지만 소득은 오히려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한국판 뉴딜은 한국 경제의 장기 계획이다. 일반적인 예산 계획보다 훨씬 더 많은 고민과 통찰이 필요하다. 계획된 모든 장기 목표를 이루기는 쉽지 않다. 특히 코로나 사태로 한국 경제의 성장 여력이 바닥을 드러내는 상황에서는 좀 더 시급한 목표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현재 계획대로 한국판 뉴딜이 추진된다면 올해 세 차례 추경에 이어 추가적으로 5년 동안 총 135조원, 매년 연평균 GDP 대비 1.4% 정도의 막대한 재원이 들어간다. 코로나 사태로 향후 추가적인 재원이 또 필요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현 시점에서, 한국 경제에 장기적으로 꼭 필요한 한 가지 목표라도 명확히 달성할 수 있는 신중하고도 합리적인 결단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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