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무기 보유 의지를 또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6·25 휴전 67주년인 그제 김정은은 ‘전국노병대회’라는 북한 자체의 행사에서 “우리는 핵보유국으로 자기발전의 길을 걸어왔으며, 효과적인 자위적 핵 억지력으로 우리의 안전과 미래는 영원히 굳건하게 담보될 것”이라는 내용의 연설을 했다.

올해 들어 김정은의 입에서 ‘핵 억지력’ 발언이 나온 것은 처음으로, 이는 곧 핵무기 보유 의지를 공식화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간 북한 행태를 냉철하게 돌아볼 때 핵 보유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면서 아예 공식화하려는 게 놀라운 일도 아니다. 미국과의 대화 등 상황에 따라 이리저리 말을 돌렸을 뿐, 저들이 비핵화 의지를 명확하게 밝힌 적은 없다. 많은 국민이 핵문제와 관련된 북한의 말과 행동에 계속 의구심을 가져온 것도 이른바 북한식 ‘유훈정치’부터 대미 협상력을 한껏 높이려는 뻔한 의도까지 제대로 봤기 때문일 것이다.

문제는 우리 정부다. 정부만 북한의 실체를 못 보는 것인지, 안 보겠다는 것인지 알기 어려운 행태를 보여 왔다. 적반하장 격의 도를 넘는 험담과 도발, 조롱과 억지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 대응하지 않은 게 아니라 ‘어떤 사정’ 때문에 못 한다고 보는 국민도 적지 않다. 어느 쪽이든 심각한 문제다.

‘핵보유 천명’은 그런 도발과는 차원이 다르다. 국가 안위가 달린 지극히 심대하고 현실적인 문제이고, 현재적 위험이다. 착착 기정사실화하는 북한의 핵보유에 대해 정부가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할 때다. 국민에게 설명할 게 있으면 설명하고, 숱하게 언급했던 로드맵이라는 게 아직도 있으면 내놔야 할 것이다. “북한의 내부결속용” “미국과의 대화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식의 상투적 ‘대리 해명’ 정도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

북한은 어떻게든 핵보유국을 인정받기 위해 일관되게 움직이고 있다. 남북한 및 미·북 대화에서도 변함이 없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과 함께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임종석 대통령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이 대북정책의 전면에 나서면서 “이제 북핵은 완전히 용인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렇기에 정부의 진지한 상황 및 입장 설명이 더욱 필요하다. ‘북핵 폐기’가 출구(최종 목표)라고 했던 문재인 정부 아닌가. 대통령이 아니면 이 통일 장관이 대국민 설명에 바로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