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유지 대신 임금 동결 택한
독일 금속노사의 '코로나 상생'
대타협 걷어찬 민주노총과 대비

박성완 편집국 부국장
[이슈 프리즘] 위기에 '역주행'하는 한국 노조

독일 금속노조(IG Metall)는 독일의 최대 산별노조단체다. 지멘스 티센크루프 같은 대기업과 BMW 폭스바겐 등 주요 자동차 기업 노조를 거느리고 있다. 독일 금속노조와 금속사용자협회는 지난 3월 말 종료를 앞둔 임금협약을 연말까지 연장키로 합의했다. 올해 임금을 동결한 것이다. 대신 양측은 급박한 코로나19 사태를 반영해 ‘위기협약’을 체결했다. 큰 틀에서 기업은 고용을 유지하고, 노조는 임금인상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독일 정부도 일감 축소에 따른 임금 손실을 보전해주는 ‘조업단축 급여’ 신청기준을 완화해줬다. 독일 자동차 부품사 ZF 노사는 이를 바탕으로 2년간 정리해고 금지, 근로시간 단축, 상여금 삭감 등의 내용을 담은 단체협약에 지난주 합의했다.

독일 금속노조 사례는 지난 4월 현대자동차 노조가 내부 소식지를 통해 “독일식 생존모델, 한국식 노사 위기극복 방안으로 참고할 가치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주목받았다. 고용안정을 위해 임금동결을 자발적으로 검토한다는 점에서 ‘현대차 노조가 달라졌다’는 평가도 나왔다. 그런데 정작 최근 내놓은 임금단체협상안엔 월 기본급 12만304원 인상과 작년 순이익의 30%를 전 직원과 사내협력업체 직원에게 나눠줄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기본급 인상은 상급단체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금속노조의 결정 내용이다. 이를 핑계로 노조가 말을 바꿨다는 얘기가 나온다. 현대차는 코로나 여파로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2분기 대비 반토막 난 상태다. 한국GM 노조도 현대차와 같은 수준의 기본급 인상과 2000만원 안팎의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주 무산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도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하는 결과로 마무리됐다. 민주노총은 자신들이 제안해 설치된 노사정 대표자회의에서 나온 합의안을 스스로 걷어찼다. 합의안엔 코로나 위기상황을 맞아 고용유지, 기업살리기, 사회안전망 확충 등을 위한 협력방안이 담겼다. 최소한의 합의조차 내부 추인을 받지 못했고, 위원장은 사퇴했다. 그나마 사회적 대화 참여를 주장해온 위원장이 사퇴하면서 민주노총은 다시 투쟁모드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보다 경기침체와 실직에 따른 두려움이 더 커지고 있다. 마이너스 성장률과 고용 통계 등에서 나타나듯 경제적 타격은 이미 가혹한 ‘현실’이다. 나라마다 무너지는 경제를 지탱하고, 국민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엄청난 돈과 정책을 쏟아낸다. 정부뿐 아니라 독일 금속노조 사례처럼 노조와 사용자단체도 서로 양보하며 위기극복을 위해 머리를 맞댄다. 우리는 어떤가. 민주노총을 보면, 국내 노동계는 코로나 위기상황을 함께 타개해 나가려는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감이라도 지닌 것일까 의구심이 든다. 대통령이 지난 5월 근로자의 날 당부했던 노동계의 ‘사회 주류로서의 역할’도 낭만적인 기대가 아닐는지.

세상은 광속으로 변하고 있다. 자동차만 해도 머지않아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차가 대세가 될 것이다. 자율주행차, 개인비행체 등 과거 공상과학(SF) 영화에서나 볼 수 있던 미래 이동수단들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고, 생산현장도 달라질 것이다.

코로나는 정보기술(IT) 발달로 진행되던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재택근무와 플랫폼산업 확산 등이 그 예다. 비자발적이긴 하지만, 사람들은 비대면 업무 방식의 가능성과 효용을 경험했다. 자연스럽게 근무형태와 시간이 다양해지고 노동계약 조건들도 달라질 것이다. 대기업 공장 근로자 위주로 돌아가는 노조단체에도 변화가 요구될 수밖에 없다. 코로나 위기는 상생과 미래 변화라는 측면에서 노동계에 계속 숙제를 던지고 있다. 이를 해결 못 하면 미래가 없다. 지금 같은 이기주의와 경직성은 입지만 좁힐 뿐이다.

ps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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